SK온이 지난해 3분기 ‘깜짝 흑자’를 내며 분위기 반전을 이뤘지만 4분기엔 다시 적자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방 전기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저조한 가운데 배터리 판가도 하락한 영향이다. SK온이 올해 가동을 시작할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의 판매 규모가 실적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배터리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온은 앞서 지난해 3분기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10월 법인 출범 이후 12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를 낸 바 있다.
SK온의 3분기 흑자 전환은 일시적 현상일 뿐 수익 구조가 본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SK온의 흑자는 앞서 2분기 헝가리 공장 초기 가동과 관련한 고정비 부담이 해소되고, 주요 고객사와의 정산 과정에서 일회성 이익이 일부 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는 북미 고객사 물량 증가로 매출과 미국 행정부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확대되겠으나,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소멸하며 재차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온의 국내외 공장 평균 가동률은 46.2%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고, 4분기에는 30%대까지 낮아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배터리 판가 하락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배터리 수출 가격 잠정치는 1t당 3만6086달러로, 직전 분기(4만95달러) 대비 약 10% 하락했다.
SK온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올해 완공을 앞둔 미국 내 합작 공장의 가동 실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SK온은 올해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37GWh)과 테네시 공장(43GWh), 조지아주의 현대차 합작 공장(35GWh) 등 3곳의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현시점 22GWh 수준인 미국 내 생산 능력이 1년새 5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기아 EV6·9 등 5종은 올해 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소비자 보조금을 받는 차종으로 선정됐다. 또 포드의 F-150 라이트닝, E-트랜짓 등도 보조금 대상으로 선정돼 판매량 확대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현대차와 포드의 전기차가 판매량이 늘면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SK온의 세액공제 혜택도 커진다. 미국은 IRA에 따라 자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셀은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h당 1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준다.
다만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의 축소 혹은 폐지를 예고한 것은 사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소비자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 구매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러스트 벨트(미국 중서부·북동부)와 선벨트(남부) 지역에 이미 광범위하게 건설된 배터리 공장을 고려할 때 차기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