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1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투자비의 최대 18%를 법인세로 감면해 주는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를 추진하자 원전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그간 원전 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5년간 수주가 끊기면서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원전 업계는 일감 조기 발주, 선금 지급, 대출 등 금융 지원, 투자 세액 공제 등이 실행되면 대기업은 물론 2~3차 중소협력사까지 혜택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원전 분양 민생대토론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의 원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지속성이 있도록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신한울 3, 4호기 조기 발주에도 자금력이 부족해 공장 가동이 어려웠던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원전 기자재 납품 대금 선지급 특례를 시행했다. 그동안엔 계약 2~3년 후인 납품 연도에 선금을 받았으나 특례 개정으로 계약 즉시 선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선금 제도 1호 수혜 기업으로는 신한울 3~4호기에 케이블을 납품하는 일진전기(103590)가 선정됐다. 기존 법으로는 납품 연도에 5억6000만원을 선금으로 받지만, 특례 제도를 통해 계약과 동시에 17억원의 선금을 받게 됐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기업 운영에 중요한 요소인 자금 조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선금 특례를 통해 약 1조원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중소·중견 원전기업의 신규투자 여건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 예산을 작년 5000억원에서 올해 1조원으로 늘렸다.
그간 중소 원전 업계에서는 윤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A 원전 업체 관계자는 “대출로 버티는 상황에서 일감 조기 발주와 수출 등의 정책으로는 온기를 느끼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선금과 금융지원, 세액공제 등이 완성되면 공장 가동에 숨통이 트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 분야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세액공제 범위를 넓히고 공제율을 높였다. 그간 원전 분야 세액공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052690) 등이 중심인 원전 설계 기술 투자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 위주인 제작 기술 분야도 세액공제가 가능해진다. 세액공제도 중소기업 기준 최대 18%까지 받을 수 있다.
원전 부품 3차 협력사 관계자는 “금속을 절삭해 2차 협력사에 납품하고 있는데, 설계 기술이 아니다 보니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지 못했다”며 “중견, 중소기업 중심인 제작 기술 분야가 세액공제에 포함되면서 기술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 사업 확장에도 나선다. 정부는 민간 중심의 소형모듈방식원전(SMR)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해 조기 사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전력이 필요한 삼성과 SK(034730), 두산(000150) 등이 SMR 기술개발에 참여해, 이른바 삼성SMR, SK하이닉스SMR, 두산SMR이 등장할 수 있다”며 “이미 미국은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등 민간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