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VLGC)이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효자 선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바뀌면서 발주가 늘었고, 뱃값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11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이 지난 6일부터 2026년 말까지 건조해 인도하는 8만8000㎥급 VLGC의 가격은 1억665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 HD현대중공업의 VLGC 수주량은 9척을 기록해 작년 한 해 수주량을 이미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P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 연합뉴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하는 VLGC 신조선가(9만1000㎥ 기준)는 지난주 1억600만달러로 전주 대비 50만 달러 올랐다. 4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말(9550만달러)과 비교하면 11% 상승했다.

현대미포조선도 지난주 4만~4만5000㎥급의 중형 LPG선 3척을 7050만~74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LPG선 수주량은 9척으로 늘었다. 역대 최대 수주량 기록(18척) 경신도 기대할 수 있는 속도다.

LPG운반선은 에너지 공급망이 변화하면서 아시아의 LPG 수요와 미국 등의 LPG 생산량이 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LPG선이 미래 수소경제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다는 점도 이 배의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LPG선은 수소 운반체 역할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운반선으로 전용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냉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LPG의 주성분인 프로판은 영하 42°C 아래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암모니아는 영하 33.4°C 아래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VLGC는 메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기술 장벽이 낮지만 유조선에 비해서는 만들기가 어렵다. LNG운반선과 마찬가지로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