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재편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는 AJ네트웍스(095570)의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회사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이 여섯 번째 연기됐다. AJ네트웍스는 비주력 자회사를 매각하고 렌털(단기 임대)사업 중 팔레트 사업부를 떼어내 각 회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을 효율화할 계획이었으나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구조조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AJ네트웍스는 2015년 코스피에 상장한 렌털 전문 기업이다. 2000년 설립된 ‘이렌텍’이 전신이다. 렌털사업부는 팔레트, 정보기술(IT) 기기, 건설장비 등 세 개다. 팔레트는 물류센터 등에서 지게차로 화물을 운반하기 위한 받침대를 말한다. IT기기 렌털은 노트북, PC 등 사무실용 기기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건설장비는 건설현장에서 쓰는 고소장비(리프트)와 지게차 등을 포함한다.

AJ네트웍스는 렌털사업 이외에도 냉장·냉동창고 임대, 유류 도소매, 전산기기 유통,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와 기계식 주차장 제조, 부동산 관리도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24개 비상장 자회사를 두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렌털부문이 50%, 창고·유통부문이 40%, 기타부문이 10%가량이다. 렌털부문 중엔 IT가 45% 안팎으로 가장 매출이 많고, 팔레트가 40% 미만으로 뒤를 잇는다. 나머지 15%가량은 건설장비 부문이다.

현재 박대현·손삼달 각자대표가 지주부문, 렌털부문을 나눠 경영하고 있다. 오너 2세인 문덕영(64) 이사회 의장이 지분 25.1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고, 문 의장의 아들 지회(35)·선우(31)씨가 문 의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14.09%씩 보유 중이다. 오너 일가와 경영진 등 특별관계자 지분은 이달 10일 기준 총 61.4%다.

◇ 팔레트사업 분할 알린 지 3년… 연기만 여섯 번째

AJ네트웍스는 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렌털사업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해왔다. 2019년 AJ렌터카를 시작으로 2021년 AJ셀카, AJ캐피탈파트너스, AJ파크, AJ토탈 콜드비즈 등을 매각했고 최근엔 주차사업 관련 자회사 AJ오토파킹시스템즈 매각을 추진 중이다.

덕분에 2018년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AJ네트웍스는 2021년 영업이익률 4.4%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6.2%로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6.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AJ네트웍스는 “AJ오토파킹시스템즈 매각을 통해 그동안 재무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던 자회사 관련 위험이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AJ네트웍스가 렌탈하는 파렛트(왼쪽)과 고소장비(오른쪽). /AJ네트웍스 제공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AJ네트웍스는 2007년 런칭한 팔레트 사업부를 ‘AJ로지스밸류’라는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기 위해 분할 작업을 진행 중이다. AJ네트웍스의 팔레트 사업부는 국내 시장점유율 32%로 한국팔레트풀(점유율 68%)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AJ네트웍스는 경영을 효율화를 이유로 들었다.

처음 분할을 결정한 건 2020년 11월 3일이다. 그러나 이듬해 1월에 세 차례, 지난해 1월과 10월에 이어 올해 2월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분할은 미뤄졌고 현재 분할기일은 미정이다. AJ네트웍스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일정을 연기했다”며 “분할 철회를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렌털사업은 대출금 기반이다.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렌털 자산을 먼저 구입해 렌털한 뒤 렌털료로 천천히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신설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어렵사리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대출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J네트웍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이미 3년 전부터 부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분할 준비는 됐다. 외형적으로 분할만 이루면 되는 상황인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렌털사업 실적 好好好… “성장세 이어질 것”

렌털사업 전망은 밝다. AJ네트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085억원, 755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23.1%, 57.1% 증가했다. AJ네트웍스는 “렌털시장이 성장하면서 렌털료 수익과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AJ오토파킹시스템즈 매각 예정 손상차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먼저 팔레트 사업부는 렌털 대중화에 따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팔레트 시장은 2010년 이후 4배 넘게 성장했는데, 과거엔 물류센터나 공장이 직접 팔레트를 구입해 사용했다면 최근엔 교체 주기가 다 됐을 때 새 제품을 사지 않고 빌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 물량의 절반 이상이 렌털 물량으로 추정된다. AJ 네트웍스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물류센터가 증가하고 있어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대여할 스마트기기에 설치된 디지털 교과서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건설장비도 마찬가지다. AJ네트웍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고소장비(AWP·Aerial Work Platform, 작업자를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든 장비) 1만2300여대, 지게차 8800여대를 보유 중이다. 고소장비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AJ네트웍스 관계자는 “고소장비와 지게차는 아파트 등 건축 현장뿐 아니라 반도체 공장에서도 수요가 많아 건설경기와 무관하게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IT기기 렌털은 기존 사무실용 노트북·PC 위주에서 태블릿PC 품목이 추가돼 매출원이 늘었다.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 전환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각 학교에 태블릿 PC 보급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는 AJ네트웍스가 올해 1조3389억원의 매출액과 8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