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사장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456040) 말레이시아 공장이 다음 달 증설 작업을 완료하고 생산을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폴리실리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6개월 만에 5000톤(t)을 증설하면서 OCI의 실적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인해 비(非)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우현 OCI 부회장이 예고한 추가 증설 계획의 실현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OCI는 다음달 중 말레이시아 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증설 작업을 마치고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증설에 따라 OCI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은 연간 3만t에서 3만5000t으로 확대됐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의 맨 앞단에 위치한 핵심 소재로, 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잉곳이 차례로 웨이퍼, 셀(태양전지) 단계를 거치면 최종 제품인 모듈이 탄생한다. OCI 말레이시아 공장이 생산하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순도 99.99999999%의 ‘10-나인(Nine)’급이다.

업계에서는 OCI가 적기에 신속하게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1월 작업에 착수한 OCI가 6개월 만에 생산능력을 5000t 늘릴 수 있었던 것은 2020년 구조조정 여파로 가동을 멈춘 군산 공장의 유휴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옮겨와 재조립한 덕분이다. OCI는 군산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을 이원화해 각각 반도체용,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OCI 제공

지난해부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설치 수요 전망은 연초 230GWh(기가와트시)에서 245GWh로 확대됐다. 이에 대응해 세계 각국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능력 기준 세계 3위인 중국 GCL의 증설 작업이 지연되면서 올해 전체 증설량이 28만t에서 18만t 내외로 축소됐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폴리실리콘 수요 증가분이 17만t인 점을 고려하면 타이트한 수급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OCI엔 호재다. 지난 21일부터 미국에서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나 원자재의 수입을 강제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이 발효됐다. 즉 중국산 폴리실리콘 원재료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미국 수출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세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시장 10위권 기업은 OCI와 독일 바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현대차증권(001500)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수요는 30GW(기가와트)로, 이로 인해 필요한 폴리실리콘은 9만t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는 OCI와 독일 바커그룹이 겨우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적어도 미국향으로는 중국 외 지역 폴리실리콘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OCI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웨이퍼 업체에 공급하는데, 웨이퍼 업계의 95%가 중국 업체”라며 “중국 업체인데도 미국 수출을 고려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유럽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OCI에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OCI 실적 전망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가는 OCI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1422억원, 22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33%씩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분기는 최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발생한 일회성 설비 차질,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기보수를 이달 중으로 앞당겨 시행한 점 등에 따라 예상보다 성장세가 높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폴리실리콘 가격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증설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태양광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OCI가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이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번에 말레이시아로 옮긴 5000t을 제외한) 3만t 규모의 군산 유휴설비도 말레이시아로 옮겨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외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보한다면 생산능력을 연 6만5000t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 향후 미국 태양광 수요가 2025~2030년에 연평균 60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추가적인 중국 외 지역 폴리실리콘 공급이 필요할 것”이라며 “OCI의 증설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