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이 지난해 컨테이너를 하나 나를 때마다 발생하는 세전이익(EBIT)이 전 세계 대형 해운사 가운데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도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수출기업들은 물류난에 따른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컨테이너선 부문 세전이익은 약 7조3120억원이다. HMM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381만3727TEU(1TEU=20피트 컨테이너)였다. 20피트 컨테이너를 하나 옮길 때마다 약 191만7000원의 세전이익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2021년 평균 원·달러 환율(1144원)을 고려하면, HMM은 지난해 TEU당 1676달러의 세전이익을 남겼다. 2020년의 7.4배 수준이다.
HMM은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주요 선사의 TEU당 세전이익 가운데 가장 높다. 2위는 이스라엘 ZIM으로 TEU당 1670.9달러를 벌었다. 이어 ▲일본 ONE 1136.3달러 ▲독일 하팍로이드 899.8달러 ▲프랑스 CMA CGM 877.5달러 ▲중국 COSCO 769.4달러 ▲덴마크 머스크 686.2달러 등이었다.
HMM의 수익성이 높은 이유는 미주, 유럽 노선 비중이 큰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HMM은 지난해 매출에서 미주가 42.3%, 유럽이 32.4%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주 서안 노선의 컨테이너선 평균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당 5342달러, 유럽 노선의 평균 운임은 TEU당 6119달러로 운임이 비싼 노선들이다. 반면 운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시아 노선의 비중은 18.3%로 2019년 31.1%에서 크게 줄었다.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이 늘어난 점도 강점이다. HMM은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차례대로 인수해 유럽 노선 등에 투입했다. 다른 선사보다 연비를 15%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스크러버(탈황장치) 설치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유황유를 연료유를 쓸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HMM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83%로 전 세계 평균 30.8%를 웃돈다.
시장에선 HMM이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MM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을 16조5216억원, 영업이익을 9조141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보다 각각 19.8%, 22.2% 높다.
수출기업들은 HMM의 수익성이 커진 것에 비해 수출환경은 더 나빠졌다고 평가한다. HMM도 선복량은 늘었지만, 수송량은 2019년 428만4082TEU를 정점으로 2020년 389만1749TEU, 2021년 318만3727TEU로 감소세다. 항만 체선 문제로 주요 노선의 왕복 시간이 2배 이상 길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1287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2/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수출 애로사항으로 ‘원재료 가격상승(27.3%)’과 ‘물류비 상승(2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무역협회는 “조사한 15개 품목에서 모두 원재료비·물류비 상승이 1·2위 애로로 지목돼 공급망·물류망 교란이 수출의 최대 걸림돌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HMM 관계자는 “운임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더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들에 선복을 우선 제공하고, 중소기업들의 화물을 함께 싣는 합적사업도 계속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