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20개국에 보급된 공유 숙박을 한국인이 한국 도시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코미디다.” (구철모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처럼 기존 업계와의 경쟁을 과도하게 우려해 자국민 대상 공유 숙박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곳은 없다. 한국식 규제가 신산업 성장에 족쇄가 되고 있다.” (고영대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공유 숙박처럼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을 때 규제부터 가하기보단 산업 자체의 규모를 키워 산업 내 이해당사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선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5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공유 숙박을 금하고 있는 ‘한국식 역차별 규제’에 대한 문제점과 해외 사례, 상생 방안 등이 논의됐다.
현재 한국의 도시에서 한국인이 공유 숙소를 사용하면 불법이다. 도시민박업은 외국인만 상대하도록 규정한 관광진흥법 때문이다. 이미 많은 소비자에게 일반화된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에 매여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유숙박업 개정안을 발의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전문가 5인은 이날 토론회에서 내국인 대상 공유 숙박을 무작정 막고 보는 규제를 개선하고, 자격을 갖춘 양질의 공유 숙박업체를 키워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운영 자체를 금지하기보단 투숙객 안전을 보장하고, 숙박 위생 관련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국민이 공유 숙박하면 불법인 세계 유일의 나라
공유 숙박이 도입된 전 세계 220개국에서 일부 조건부 허용을 제외하고 내국인 공유 숙박이 불가능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고영대 교수는 “빈집 공유가 원천 금지된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실거주 주택과 빈집 모두 내국인 공유 숙박이 허용된다”며 “외국 기업 규제가 강한 중국도 자국민 공유 숙박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기존 업계와의 경쟁을 과도하게 우려해 영업 자체를 막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중심”이라며 “캐나다나 호주 등은 숙박객 보험 가입 등 소비자 보호 의무 외에 숙박객이 주거 단지에서 소란을 피울 시 제재를 가하는 정도의 규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철모 교수 역시 “해외에서는 자국민 공유 숙박업을 양지로 끌어올려 숙박객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공유 숙박이 처음 시작된 미국의 경우 호스트(판매자)가 거주하는 숙소는 내국인에게 365일 임대가 가능하다”면서 “한국 정부의 ‘내국인 역차별’ 규제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하는 한국식 규제 탓에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공유 숙박업 자체가 도태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 사업은 거의 점멸 상태”라며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과거 메르스나 사드 사태 등 국제적인 이슈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때마다 공유 숙박업체들은 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정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국내 관광 산업 현실상 지방엔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다”며 “이런데도 행정상 도시로 분류해 외국인만 받으라고 하면 문 닫고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공유 숙박, 기존 숙박업체 객실 규모의 0.6%”
현실과 동떨어진 ‘내국인 역차별’ 규제가 철폐되더라도 모텔 등 기존 숙박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모텔이나 호텔과 달리 공유 숙박업은 면적 제한 등의 규제를 받아 사업 규모가 애초에 크지 않고, 숙박 유형별 수요층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기존 숙박업체들은 내·외국인 상관없이 365일 영업 가능하고 규모 제한도 없는 반면 공유 숙박업체는 230㎡(약 69평) 미만 면적 제한에 실거주 의무까지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인 숙박업 특성상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데, 면적 제한을 받는 공유 숙박은 수익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뿐더러 전입 신고를 해야 해 인당 하나의 사업장만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규모 면에서 공유 숙박 업체와 기존 숙박업체 간 차이는 크다. 정 사무국장은 “국내 숙박업체는 총 3만개가 넘는데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은 1829개소로 6%에 불과하고, 전체 숙박 객실 수에 대비하면 0.6%에 그친다”면서 “소상공인들이 하는 소규모 사업을 두고 기존 업계 매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까지 가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기존 숙박 업계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날까 걱정이 앞선 상태인데, 실제로 모텔이나 호텔 이용객과 공유 숙박 이용객이 겹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숙박 목적과 숙박 기간에 따라 숙박 유형별 고객층은 다르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구 교수도 “사업 목적이냐, 가족·친구 간 여행 목적이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숙박 형태는 다른데 이를 법으로 제한해 선택조차 막으면 국내에서 신산업은 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커지면 숙박업 전체에 이득”
전문가들은 공유 숙박을 양성화해 전체 숙박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커지면 업계 전체에 결국 이득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논의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숙박이 미치는 전 세계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연간 110조원에 이른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공유 숙박을 단순히 기존 숙박업의 경쟁자로만 볼 게 아니라 숙박에 대한 소비자에게 다양한 니즈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공유 숙박이 숙박업의 새로운 테스트 베드(시험대)가 돼 성장하면, 결국 숙박업 전체 시장이 커져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므로 전향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은 지역과 주(州)마다 필요한 규제를 달리해 공유 숙박을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한국처럼 일괄적으로 외국인 대상 숙박은 며칠, 내국인은 며칠 등 강압적으로 규제를 하는 건 시장 수요나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이를 정부가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한국식 규제가 신산업 성장에 족쇄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 정책실장은 “업계 내 이해 당사자 간 타협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선 갈등이 끝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신산업 자체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산업이 등장하면 반드시 소비자 측면도 고려해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대로 도입하기도 전에 규제로 다 막아서는 안 된다”며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군에선 현실과 괴리된 규제는 풀어주고 소비자 보호 등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지키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제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신산업에 대한 국내 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정당이 공유하고 있는 과제”라며 “민주당 내 스타트업 규제 혁신 모임인 ‘유니콘팜’ 의원들은 새로운 산업 발전에 명확한 무게 중심을 두고 내국인 공유 숙박 양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