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금난을 겪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또 유상증자에 나선다. 지난해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했으나 모두 바닥났다. 흥행 전망은 엇갈린다. 업황 회복 시기를 예단할 수 없어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불확실하다는 분석과,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298690), 제주항공(089590), 진에어(272450) 등 국내 상장 LCC 4곳 중 3곳이 각각 9월, 10월, 11월에 연달아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유상증자 규모는 에어부산 2271억원, 제주항공 2066억원, 진에어 1238억원 등 총 5500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채무상환과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에어부산은 이날 구주주 청약을 마감하고 이달 27일부터 28일까지 일반 공모 청약에 들어간다. 신주는 다음 달 15일 상장한다. 앞서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거래된 신주인수권(에어부산5R)의 가격은 5거래일 동안 296원에서 197원으로 33.4% 하락했다. 이는 유상증자 권리를 포기하는 주주들이 많다는 뜻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5대 1의 액면가 감액 방식의 감자에 이어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진에어는 123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75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지 1년 만에 또 자금 조달에 나선만큼 재무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흥행 성공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항공업계 불황과 재무 불안정성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흥행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지분 41.15%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지분 4%를 지닌 부산시가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진에어는 한진칼(180640)이, 제주항공은 AK홀딩스(006840)가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점도 시세 차액을 노린 단기 투자자들 수요가 몰릴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신주 발행가격은 지난 17일 종가와 비교해 에어부산이 36% 낮고 제주항공과 진에어도 각각 28%, 35% 낮다.
LCC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1719%, 제주항공은 1218%다. 진에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오는 2024년은 돼야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CC들은 앞으로 2년 더 불황을 버텨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라며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확대를 통해 국제선 운항을 재개시켜야 LCC들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