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006840)가 자회사인 제주항공(089590)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을 대출받았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지난 23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제주항공 보통주 429만1845주(11.15%)를 담보로 4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자율은 연 3.35%다.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53.39%다. 보유 지분의 20% 가량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비 차원에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선 AK홀딩스가 제주항공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오는 8월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후 오는 9월 1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당시 제주항공은 “이번 유상증자에 애경그룹의 적극적인 참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어려울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작년 8월에도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추진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687억원을 지원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제주항공이 수출입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69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섰다. 제주항공의 유동화 회사보증(P-CBO) 발행에도 AK홀딩스가 360억원의 연대보증을 섰다.
현재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AK홀딩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1분기 말 기준 AK홀딩스가 1년 이내에 갚아야할 차입금만 1436억원에 달한다. 399억원이었던 2018년 말 대비 약 260% 증가한 수준이다.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018250)과 애경유화의 연간 매출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제주항공의 재무 상태도 심각하다. 제주항공은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부분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29%다. 국토교통부는 1년 이상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 이상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도 지난 1년 사이 483%에서 705%로 뛰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자금 사용처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올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AK홀딩스 이사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