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적용할 관세를 유예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사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러 자동차 부품사는 멕시코에, 배터리사는 캐나다에 각각 공장을 세워 미국으로 납품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시적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대상이 또 있느냐”는 질문에 “자동차 회사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그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생산했던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위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3일 오후 1시 1분(한국 시간)부터 모든 수입 완성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당초 다음달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매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3사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미국 자동차 기업은 부품의 상당수를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모티스뉴스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 경영진은 부품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최근 꾸준히 백악관을 상대로 로비를 펼쳐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밝힌 대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할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무(無)관세로 계속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3개국은 지난 2020년 발효된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자동차와 부품, 가전제품 등에 적용되는 관세를 면제했다. 이에 최근 수 년 간 국내 부품사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공장을 세워 주변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거나 미국에 수출해 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부품사는 100여곳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모비스(012330)는 지난 2014년부터 멕시코에서 모듈과 여러 핵심 부품을 만들고 있다. 현대위아(011210)와 현대트랜시스는 멕시코에서 각각 엔진과 변속기를 생산 중이다. HL만도(204320)는 브레이크와 조향 장치 공장을 두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멕시코 코아우일라 지역에 지은 공장에서 전기차 구동모터의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를 생산 중이다. LG전자(066570)와 캐나다 부품 제조사인 마그나가 합작한 LG마그나도 코아우일라에서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만들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멕시코 케레타로에 버스덕트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등 2곳의 공장을 착공했다.

LS전선의 전기차 사업 계열사인 LS EV 코리아는 지난해 멕시코 케레타로주(州)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현지 공장을 착공했다. /LS전선 제공

이 밖에 한온시스템(018880)(열관리 솔루션), 화성오토모티브(고무부품),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에어백), 유라코퍼레이션(하네스) 등도 멕시코에 공장을 둔 국내 대형 부품사로 꼽힌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를 만드는 기업들도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면제할 부품의 세부 사항에 대해선 아직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소재사까지 관세 유예 품목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소개 기업들은 캐나다에 주로 진출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워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퓨처엠(003670)도 GM과 합작해 얼티엄캠이란 회사를 설립하고 퀘벡에 양극재 생산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엔켐(348370)은 윈저에서 전해액 생산 시설을,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퀘벡에 전지박 공장을 각각 건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