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HEV·Hybrid Electric Vehicle·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 수요가 이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도요타, 렉서스 등 일본차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차 개발 과정이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푸조 308에 도입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데 이어 현대차(005380)는 지난 10일 팰리세이드에 최초로 적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업체별로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9월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는 E-테크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이 판매량의 약 90%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KG모빌리티(003620)(KGM)는 지난달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기아(000270)는 지난 9일 투자자 등을 상대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를 위한 파워트레인 생산시설 증설 등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차를 56%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전기차는 기존 160만대에서 125만9000대로 하향 조정한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81만7000대에서 107만4000대로 늘려 잡았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마일드 하이브리드 ·MHEV 포함)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웃도는 상황이다. 올해 1~3월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45.5%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에서 66.3%로 늘었다.
하이브리드차는 구동 방식에 따라 풀(F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MHEV로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것이 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필요한 힘의 정도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가 역할을 나눠 움직인다. 엔진 회전과 회생제동으로 생기는 전력으로 배터리가 충전되기 때문에 별도 충전이 필요가 없다.
PHEV는 풀 하이브리드차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전기모터만으로 30~70㎞를 주행할 수 있다.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가장 유사하다. 수입차가 주로 생산하는 MHEV는 엔진이 주요 역할을 하고 전기모터는 엔진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 장치로서 장착된다.
수입차 시장에서 풀 하이브리드차만 놓고 보면 사실상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상황이다. 지난달 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1~10위는 렉서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3사가 싹쓸이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렉서스의 ES300h(583대), NX350h(365대),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299대) 순이다.
국산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 점유율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차 5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M)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26.5%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이 비중이 7.9%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