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가 새로운 초급속 충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혀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BYD가 성능과 비용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BYD는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 17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진행한 기술 발표회에서 “5분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슈퍼 e-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배터리 충전 기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슈퍼차저 시스템은 15분 동안 충전해 320㎞를 달릴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0분 충전으로 325㎞를 주행하는 기술을 적용한 소형 세단 CLA의 전기차 모델을 최근 공개한 바 있다.
BYD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가 될 만한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지난 18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5.3%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학계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BYD가 공개한 기술이 성능과 비용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 ‘5분 충전·400km 주행’ 이론상 가능… 에너지 밀도·비용은 문제
최남순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5분 만에 충전을 완료하는 것은 이론상 충분히 가능하지만, 방전이 빠르고 비용 부담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BYD는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했는지 전혀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차전지의 음극재로 주로 쓰이는 흑연으로는 5분 만에 충전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흑연 음극재로 충전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극판을 매우 얇게 만들어야 하고 집전체(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방전할 때 전기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얇은 막)를 많이 써야 하는데, 이 경우 배터리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연료 효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집전체로 쓰이는 구리는 단가가 높다. 고속으로 충전하고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집전체를 많이 투입하면 배터리 제조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최 교수는 “5분 충전과 400km 주행 외에 에너지 밀도와 비용을 모두 공개했다면 진정한 혁신으로 볼 수 있을텐데, 그런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에너지 밀도를 맞추면서 비용 부담도 적은 5분 충전 배터리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김동명 사장도 지난 20일 가진 주주총회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5분 만에 충전하는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도 “코스트(cost·비용)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다만 “BYD는 배터리와 차량을 다 만드는 회사라 비용 최적화가 더 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배터리 수명 단축·화재 위험 지적도
권효재 COR 에너지 인사이트 대표도 BYD의 새로운 충전 기술에 대해 몇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화오션(042660)과 미국 에너지 기업 등에서 20년 넘게 일한 에너지 전문가다.
BYD는 기술 발표회에서 10C-레이트(C-rate)의 충전 속도를 갖춘 배터리와 5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모터, 1000V 이상의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SiC(실리콘 카바이드) 전력 반도체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C-레이트는 배터리 충전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C 앞에 붙은 숫자로 60분을 나누면 60킬로와트시(㎾h)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0C는 60㎾h 용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6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 대표는 “10C 충전, 고성능 모터, 고성능 전력 반도체 등을 결합하면 전기차의 성능이 슈퍼카급으로 올라간다”면서 “관건은 배터리의 수명”이라고 했다. 그는 “10C 충전을 자주 하더라도 배터리 수명이 2000회 이상 보장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지만, 만약 배터리 수명이 급속히 떨어진다면 화재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SiC 전력 반도체의 내구성도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1000V 이상의 SiC 전력 반도체는 이미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장치)에 도입됐지만, 쇼트(합선) 현상이 발생하고 신뢰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BYD가 이 같은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궁금했지만, 기술 발표회에서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최근 전기차 시장은 경쟁이 심화되고 투자 대비 돈을 버는 업체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BYD 회장이 기술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5분 충전·400㎞ 주행’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