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미국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이하 HMGMA)가 베일을 벗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에서 연간 30만대의 순수 전기차·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 다음달 2일부터 부과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HMGMA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서 차량에 사인하는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주 주지사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준공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와 버디 카터 미국 연방 하원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등 미국 정부와 조지아주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현대차(005380) 대표이사 사장, 송호성 기아(000270) 대표이사 사장, HMGMA 임직원 등 5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HMGMA는 혁신적 제조 역량 이상의 더 중요한 가치를 의미한다”라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모빌리티의 미래이며, 바로 이곳에서 그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 생산량 100만대로 확대

이 공장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에 이은 미국 내 세 번째 생산 시설이다. 지난 2022년 10월 첫 삽을 뜬 후 2년 만인 지난해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HMGMA는 지난해부터 아이오닉 5 생산을 개시했고, 이달부터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오닉 9 양산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기아 모델도 추가 생산 예정이며, 향후 제네시스 차량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혼류 생산 체제 도입을 통해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종도 내년부터 생산한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추가로 향후 20만대를 증설해 미국 생산량을 120만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전경. /현대차 제공

◇ 싱가포르 혁신센터에서 개발한 첨단 제조 기술 적용

HMGMA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개발·실증한 첨단 제조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최신 자동화·AI·IT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전 과정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운영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 구현됐다. 이를 통해 자동 검사설비에서 수집된 데이터로 품질을 관리하고, AI가 생산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함으로써 고품질의 차량을 생산한다.

첨단 로봇이 고중량·고위험 공정이나 복잡한 점검이 필요한 검사를 담당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등 인간 친화적 공간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HMGMA는 ▲세계 최초로 고중량의 차량 도어 장착 공정을 로봇이 완전 자동화하고 ▲로봇 결합 비전 시스템을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도장 품질에 대해 차체 1대 당 약 5만 장의 이미지를 촬영 및 분석해 신속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도 차체의 복잡한 사양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공정에 투입된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All new Atlas)’가 시범 투입될 예정이다.

HMGMA 차체 공장에서 아이오닉 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 제공

◇ 여의도 4배 면적… 협력사 연계해 미래차 클러스터 형성

 HMGMA의 전체 부지 면적은 1176만제곱미터(㎡)로 여의도 크기의 약 4배에 이른다. 부지 내에는 완성차 생산 공장 뿐 아니라 차량 핵심부품 계열사와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위치해 있다. 또 HMGMA에 부품을 공급하는 인근의 국내 협력사까지 연계돼 ‘첨단 미래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현대글로비스(086280), 현대제철(004020), 현대트랜시스 등 4개 계열사가 HMGMA 부지 내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30만대의 배터리 시스템 및 부품 모듈을 생산해 HMGMA로 공급한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거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지 내 통합물류센터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를 운영한다. 현대제철은 부지 내 조지아 스틸 서비스 센터에서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초고강도강 소재의 자동차용 강판을 가공해 HMGMA에 공급한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와 이를 지지하는 시트 프레임을 HMGMA에 조달한다.

이 밖에 연산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셀 공장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 안에 건설되고 있다. 또 HMGMA 완성차 공장, 계열사와 합작사 설립을 위한 80억달러 규모의 투자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