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을 견인한 국내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60억달러(약 23조4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액이 23.8% 늘었고, 자동차는 4.7%, 선박은 15.7% 증가했다.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치(6837억6000만달러, 전년대비 8.2% 증가)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 성과가 두드러진 덕분이었다. 자동차 수출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하반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 초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 것도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물량을 내보내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지만, 미국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관세 부과가 검토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보편관세가 현실화되면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최소 7.7%에서 최대 13.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미국 판매 비중은 2022년 21.5%, 2023년 22.6%에 이어 작년에는 23.6%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17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판매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환율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변수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원화로 환산하는 이익이 늘지만, 원화 가치 하락 추세가 장기화하면 원자재 조달, 시설 투자 등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1.8%(2024년 8.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보다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대비 4.2% 감소한 680억달러로 700억달러선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