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 사측이 올해 임금 협상(임협)에서 현대차(005380)에 준하는 임금 인상(11만1000만원)과 성과급 규모(통상임금 300% + 800만원)를 제시한 데 이어, 정년연장과 신규인원 충원, 복지제도 확대, 국내 신공장 투자 등의 내용도 노동조합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아가 신규인원 충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단체협약상 ‘고용세습 조항’ 개정 요구를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 21일 오후 2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임협 12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전날 임금과 성과급 규모를 노조 측에 제시했고, 이날은 별도 요구안에 대한 사측 입장을 전달했다.
기아 사측은 노조가 그간 요구했던 정년연장은 관련법이 개정되면 협의를 거쳐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신규인원 충원은 고용세습 조항을 개정하면 올해 말까지 300명을 채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에 신공장을 건설하고, 화성공장에 승용 전기차(GT)를 2026년 양산 목표로 추진하겠다고도 전했다.
노조는 주 4일제 및 중식시간 유급화, 해고자 원직 복직, 타임오프 철폐 등의 요구를 사측이 받지 않고 고용세습 문구를 삭제하라는 것에도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세습 조항은 기아 노사 단협 제 27조에 담긴 것으로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사실상 고용세습을 명문화한 것이지만, 십수년 전부터 실행에 옮겨진 적은 없어 노사 양측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단협상에는 해당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어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비슷한 내용의 조항을 2019년 삭제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세습 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과 고용정책기본법상 취업 기회균등 보장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이에 기아와 함께 해당 조항을 유지했던 60여개 기업에 지난해 8월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상 기업들은 관련 조항을 삭제하거나 자율시정 중으로 50개 이상의 기업이 절차를 마쳤다.
기아는 노조가 거부해 관련 조항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기아 사측은 2014년부터 매년 관련 내용의 삭제를 노조 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는 해당 내용을 다루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기아 노사 단협은 2년에 한 번 갱신하는데, 올해는 해당하지 않아 내년에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내년에 개정하더라도 협의는 올해 하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