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연말까지 서울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상반기에 같은 모델의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보다 200만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이 기존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단가를 기존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고 보조금 800만원과 서울시 보조금 400만원을 합치면 총 1200만원을 지원받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1000만원만 지원받는다. 이는 한정된 예산에서 더 많은 전기차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서울시 측은 “보조금 지원 물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 단가를 조정하기로 환경부랑 합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처음 제작한 전기차 '아이오닉 5'./조선비즈

앞서 서울특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2일 총 55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수정 의결했는데, 여기에 전기차 보급을 위한 예산 1219억4500만원을 포함했다. 이 예산으로 지원하는 전기차 대수는 1만1201대이고, 이중 일반 승용차는 9459대다.

전기차 보조금은 정부 보조금(국비)에 지자체 보조금(지방비)을 더해 선착순으로 지급한다. 정부가 올해 책정한 전기차 보조금 규모는 승용차·화물차·승합차 등 총 10만1000대다. 문제는 지자체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5월 말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은 84%가 소진됐고, 6월 중 접수가 마감됐다. 상반기 지자체 보조금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은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된 것은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출시되기 전인 1분기 이미 테슬라의 전기차가 3000대 이상 판매되면서 보조금 예산 상당수를 가져갔다. 아이오닉5는 생산 차질로 출고가 늦지만 사전계약으로만 4만3000여대 계약됐다. 올 하반기에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각 지자체는 추경을 통해 보조금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서울시도 이달 추경을 통해 더 많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더 많은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보급 대수를 늘린 서울시의 결정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는 해당 내용을 이달 중순 공고할 예정이다.

같은 모델을 구매하면서도 불과 한 달 새 보조금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두고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아이오닉 5 출고 대기를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는 “불과 한 달 새 자동차 가격이 200만원 오른 것이나 다름없는데 보조금 정책이 들쑥날쑥하니 손해 본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