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너를 감시·견제하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정성엽 머로우소달리 한국대표는 지난 1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머로우소달리는 기업의 이사회 평가·주주총회 대응 활동을 자문하는 세계 3대 SID(주주판명조사) 컨설팅 기업이다.

머로우소달리의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정 대표는 대신경제연구소 의안분석본부장, ESG본부장을 역임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다. 머로우소달리 글로벌은 지난해 7월 소달리앤코로 사명을 변경했고, 한국법인도 조만간 사명을 바꿀 예정이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이사회 내에서 대주주 즉, 기업 오너와 사내 이사를 감시하는 제도다. 현재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50%)을 넘어야 한다. 2조원 이하 상장기업은 25%다.

정성엽 머로우소달리 한국대표. /박용선 기자

◇현행 사외이사 비중 25%, 상향해야

정 대표는 “기업 오너의 독단 경영을 막기 위해선 상법상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특히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의 지배구조를 더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규모가 작아 비용 부담과 의사결정 속도 저하를 우려해 이사회 조직을 크게 할 수 없는 부분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너 입김에서 벗어난 이사추천위원회를 두고 감시가 가능한 독립된 사외이사를 추천, 선임할 수 있는 프로세스 역시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외이사가 오너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오너와 관계가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과거 국내 자본시장은 규모도 작고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기업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시장도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오너 한 명의 결정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정 대표는 중소·중견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있어 감사위원회 설치도 중요하다고 했다. 삼일회계법인의 2024년 자료를 보면, 자산총액 2조원 미만 기업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곳의 사외이사 비중은 평균 49%였고, 감사위원회 미설치 기업의 사외이사 비중은 29%였다.

정 대표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 25%라는 기준만 맞추는 데 급급하면 안 된다”며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실질적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 오너 리스크, 오너가 컨트롤 못해…이사회 역할 중요

오너 리스크 관리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오너 리스크는 기업 주가는 물론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빽햄’ 논란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으며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더본코리아(475560)의 백종원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 대표는 “기업에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다면,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에서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오너가 직접 컨트롤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너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상장기업은 오너 1인 기업이 아니다. 이사회를 주축으로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