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의료진 중에서도 재활 치료사, 간호사, 간호 보조 인력 다 줄어들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도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의료진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도움을 드리려는 게 목표입니다.”

델바인의 조성민 대표는 ‘재활 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분당서울대병원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델바인을 창업했다.

델바인의 조성민 대표.

핵심 기술은 ‘뇌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경험하거나 반복적으로 공부하게 되면 뇌신경 가소성이 강화되는데, 우울증, 마약 중독처럼 나쁜 방향으로 극대화되기도 한다”며 “불안, 식이장애, 중독 증상을 개선하는 좋은 방향으로 생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 기술”이라고 했다.

제8회 서울혁신챌린지를 통해 시제품을 만든 고령자들을 위한 재활 교구 ‘ITORS’도 이런 일환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ITORS를 통해 고령자들은 꼭 필요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 손가락, 손목, 어깨 기능 훈련부터 신체·공간 인식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기기에 들어가 있는 모션(행동) 추적 기술은 대상자의 인지·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하는 데 쓰인다. 부족한 전문 치료사를 대신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운동과 재활을 여가처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는 뇌졸중이나 치매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짐(뇌출혈)으로써 뇌가 손상되는 뇌졸중은 행동을 유도하는 곳이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이라면서 “10~30분 동안의 교구 활동으로 인근 다른 부분이 대신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재활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 위한 재활 교구 ‘ITORS’. 손가락, 손목, 어깨 기능 훈련 등 꼭 필요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델바인은 상반기 중 ITORS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학병원이나 주간보호(노인돌봄)센터, 요양기관, 치매안심센터 등 기업 간 거래(B2B)가 공략 대상이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환자들의 재활 편의성·효과 향상과 의료진의 의료 효율성을 끌어올린 뒤 향후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융합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재활 설루션을 넘어 건강 모니터링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치매 환자나 거동이 어려운 고령자가 누워 있다가 떨어지거나(낙상) 일시적 의식의 혼동(섬망)으로 벌떡 일어날 때 병원(또는 기관)의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이 이를 인지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델바인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계공학 전공을 바탕으로 의료 융합 분야 연구를 주로 수행해 온 조 대표뿐 아니라 김신아 부대표는 뇌공학 박사로 뇌신경 가소성과 뇌과학 연구 분야에서 전문성을 평가받고 있다. 두 사람은 해외 유수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및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급 학술지에 20여 건에 달하는 관련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진단·치료, AI 분석 기술 등의 특허 출원 건수도 8건(해외 2건 포함)에 달한다.

조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학술적인 연구와 제품 개발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