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스타트업 채용에 지원한 취업준비생 조모(26)씨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했다. 전화 면접, 직무 면접을 거쳐 진행한 ‘컬처핏(Culture Fit) 면접’이 발목을 잡았다. 조씨는 “채용 홈페이지를 참고해 면접을 준비했는데 별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컬처핏 면접이란 지원자의 성향, 업무 방식, 가치관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로 ‘문화 적합성 면접’으로도 불린다. 실무에 바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컬처핏 면접을 적극 도입하는 분위기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인사 담당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9%가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고 답변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추이에 따르면 컬처핏은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검색량이 증가, 지난 6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근마켓은 서류 확인, 직무 면접을 거쳐 컬처핏 면접을 진행한 후 최종 채용을 결정한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서류 절차 후 직무 면접을 2회 실시, 컬처핏 면접까지 마친 후 채용한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컬처핏 면접을 별도로 실시하지는 않으나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WSP(Working Style Profile)’ 설문을 시행한다. WSP는 업무 방식과 선호도에 대한 문항 120개로 구성되며 응답자는 모바일로 약 10분간 응답할 수 있다. 결과는 합격,불합격에 영향을 주진 않으나 면접관의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해외에서도 컬처핏을 평가하는 사례는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3~4단계의 면접 과정을 거쳐 지원자를 채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컬처핏 면접을 진행한다. 구글은 ‘Googleyness 면접’ 단계를 구성, 호기심과 협력, 문제 해결 방식 등을 검증한다.
아마존은 전 채용 과정에서 ‘Leadership Principles(리더십 원칙)’을 평가하고 별도의 컬처핏 면접도 진행한다. 넷플릭스는 주요 사내 문화 중 하나인 ‘Freedom&Responsibility(자유와 책임)’을 평가하는 면접을 본다.
미국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 중인 채모(27)씨는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모태 회사들이 컬처핏을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지원자의 컬처핏을 면밀히 검증하는 이유로는 대기업 대비 적은 자금으로 인력을 운용해야 하는 경영 상황이 손꼽힌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겹악재가 지속되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도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기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중 지난해 폐업한 회사는 170곳으로 직전년도 대비 26곳(13.5%) 증가했다. 2021년 104곳, 2022년 126곳에 이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수평적 분위기, 구분 없는 업무 범위 등 조직별 특징이 있다는 것도 스타트업이 컬처핏을 따지게 되는 이유다.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 A씨는 “최근 성장 중인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IT 서비스 기반 플랫폼 회사로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일반 기업과 다른 업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은 입사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늘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 후 현재 취업 준비 중인 김모(27)씨는 “입퇴사자가 많은 상황에서 채용에 신중하려는 스타트업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면서도 “소규모 스타트업은 특히 조직문화를 미리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컬처핏 면접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한 졸업 예정자 강모(25)씨는 “일단 합격이 급선무다 보니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을 유추하게 된다”며 “실효성이 낮은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컬처핏 면접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먼저 조직문화를 명확히 규정해 지원자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사담당자는 조직이 표방하는 가치와 문화를 규정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며 “지원자가 조직의 문화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면접에 앞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