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6조원을 돌파한 삼천리그룹이 ‘3세 사촌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주인공은 이은백(52) 삼천리그룹 전략 총괄 사장과 이은선(43) 미래사업 총괄 부사장이다. 두 명은 사촌지간이다.

이은백 사장은 고(故) 이장균 삼천리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故) 이천득 부사장의 아들로 지난해 11월 그룹 전략 총괄 담당에 올랐다. 당시 이은선 전무는 그룹 미래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창업주 차남인 이만득(69) 명예회장의 셋째 딸이다. 이 명예회장의 세 딸 중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그룹이 이 명예회장이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그 아래 조카인 이은백 사장과 딸 이은선 부사장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재계 54위로 성장삼천리, ST인터내셔널 ‘한지붕 두 가족’

1955년 설립된 삼천리연탄을 모태로 한 삼천리그룹은 자산총액 9조4280억원 규모의 재계 54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은 6조4420억원에 달한다.

현재 삼천리그룹은 도시가스는 물론 집단에너지·발전 등 에너지 부문과 외식·자동차 딜러 등 생활문화 부문, 자산운용 등 금융 부문 사업을 하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고(故) 이장균·유성연 공동창업주가 그룹을 일궜고, 두 가문으로 계열이 또다시 구분돼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도시가스 기업 삼천리(004690)는 이장균 일가가, 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해외 자원 개발·투자 관리기업 ST인터내셔널은 유성연 창업주의 장남인 유상덕 회장 일가가 이끌고 있다.

현재 두 가문은 삼천리, ST인터내셔널의 지분을 각각 19.5%가량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주요한 결정을 함께 의논하고 있다. 이른바 ‘한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다. 물론 두 가문이 각 계열 기업의 경영에 집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재계는 삼천리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삼천리 계열 이장균가(家)를 주목한다. 삼천리는 별도 기준 2023년 매출 3조8801억원을 올린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이다. 같은 기간 매출 4019억원을 기록한 ST인터내셔널보다 외형이 약 9.6배 크다.

특히 삼천리는 이은백 사장과 이은선 부사장이 지난해 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만득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그 아래 젊은 3세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구조를 갖췄다.

◇오너 3세 “車딜러, 외식업 강화”

이은백 사장과 이은선 부사장은 모두 해외파다.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이 사장은 2004년 삼천리 기획본부 경영총괄로 입사했다. 이후 해외사업 담당 임원으로 승진하며 그룹 해외 사업에 주력했다. 2020년 미주총괄 사장에 올랐고, 지난해 11월 그룹 전략 총괄 업무를 맡으며 국내로 복귀했다. 현재 그룹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UC 버클리 경제학을 전공한 이 부사장은 2010년 삼천리에 합류했다. 이후 중식 브랜드 ‘차이797′ 등 그룹 외식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그룹 미래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이 사장과 부사장은 삼천리 핵심 사업인 도시가스 등 에너지 비즈니스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외식 등 생활문화 부문의 국내외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 1위 브랜드 비야디(BYD)의 국내 딜러 사업에 나섰고, 일본 유명 일식집 ‘이타마에 스시’의 국내 운영도 준비중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삼천리가 에너지에 이어 외식, 자동차 등 다양한 생활영역으로의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삼천리가(家) 장손인 이은백 사장이 이만득 명예회장을 이어 미래 삼천리그룹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삼천리 지분 9.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명예회장(8.34%)보다 지분율이 높다.

이은선 부사장도 그룹 내에서 역할을 꾸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사장은 삼천리의 지분 0.67%를 보유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의 첫째 딸 이은희씨와 둘째 딸 이은남씨도 각각 삼천리 지분 0.67%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