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비상장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10억달러, 한국 돈으로 1조원 이상의 유니콘에 등극한 기업이 리벨리온 합병법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등 불과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로 ‘돈 잔치’를 벌이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계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글로벌 ‘큰손’을 잡지 못하고 고난의 시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최근 정치적 리스크로 이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13일 조선비즈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를 통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신규 유니콘은 지난 2일 SK텔레콤(017670)의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법인을 출범한 리벨리온이다.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다만, 대기업이 키운 회사와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리벨리온을 ‘순수 유니콘’으로 볼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같은 날 ‘에이블리’, ‘4910(사구일공)’, ‘아무드(amood)’를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코퍼레이션도 신규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소수 지분 투자 방식으로 1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유니콘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린 것이 파두(440110)(반도체 설계), 아크미디어(드라마 제작사), 에이피알(278470)(뷰티테크), 크림(네이버 리셀 플랫폼) 등 네 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것이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집계하는 한국 유니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한국 유니콘은 토스, 옐로모바일, 컬리, 트릿지, 위메프, 무신사, 지그재그, 메가존클라우드,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리디, 지피클럽, L&P코스메틱(메디힐), 아이지에이웍스 등 13곳으로 정체돼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투자 호황기던 2022년까지는 자체적으로 유니콘 통계를 발표해 온 중소벤처기업부도 2023년부터는 이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유니콘의 양과 질 모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는 “전 세계 유니콘의 절반가량은 기술 또는 기업 간 거래(B2B)기업인 반면, 우리 유니콘은 (내수 위주의) 말랑말랑한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가 많다”면서 “(기존 시장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우리나라를 이끌 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100대 유니콘의 21%, 기업가치 기준으로는 32.7%에 달할 정도로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에 인재나 될성부른 회사는 해외로 나가고 있어서 내년에도 분위기가 크게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