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체성분 분석 전문 브랜드 ‘인바디’는 본사 직원이 사무실에서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정용 인바디(체성분) 체중계 신제품 ‘H40′ 판매를 위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준비된 수량은 전부 팔렸다.
시청자 수 대비 상품 클릭률은 95%, 구매 전환율도 11%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평균 대비 7배 높은 수치라고 회사는 전했다.
서버나 인프라 없이 인바디가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용(B2B) 미디어 커머스 설루션을 제공하는 ‘그립 클라우드’의 소프트웨어 덕분이었다.
한정판 발매 정보 플랫폼 ‘슈프라이즈’ 또한 지난 6월 그립 클라우드를 활용해 자사몰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앱 다운로드 수와 신규 가입자 수가 전주 대비 각각 5배 증가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그립 클라우드 관계자는 “최근 자사몰 내 라이브나 쇼츠(짧은 동영상) 등 영상 기반 거래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현재 60곳 이상이 이를 도입해 고객 확보와 매출 증대를 도모 중”이라고 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이처럼 자사몰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플랫폼이 판매 대금을 적시에 정산하지 못하면서 많은 판매자가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자들은 환불 지연 등의 문제를 겪고 있어서다. 이는 플랫폼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며 기업들의 자사몰 중심 전략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자사몰에서도 상품력에 더해 신속한 배송 체계를 갖추는 게 과제가 됐다.
이런 기업들을 공략한 곳이 인공지능(AI) 물류 서비스 기업 ‘딜리버스’다. 딜리버스는 젝시믹스, 페플, 피엘라벤 등의 브랜드 자사몰에 당일 도착 보창 택배 배송 서비스 ‘딜리래빗’을 제공하고 있다.
딜리래빗은 집화 후 자체 허브 터미널에서 단 한 번의 분류 작업으로 과정을 간소화했으며, AI 기술을 활용해 가장 빠른 노선으로 배송될 수 있도록 배송 기사의 경로를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오후 2시까지 주문한 물품은 당일, 이후 주문한 물품도 다음 날이면 배송된다.
간소화, 최적화로 배송 원가를 절감한 덕에 일반 택배와 비슷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브랜드 업체들의 반응이 좋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ABC마트, 프로스펙스,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코리아, 네파, 코오롱몰, 슈콤마보니 등이 도입한 ‘펄핏’라는 곳도 최근 고객 쇼핑 편의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평에 따라 주목받는다.
펄핏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발을 촬영하면 AI가 발 크기와 모양을 측정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신발 사이즈를 추천하는 ‘펄핏사이즈’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구매 시 직접 신어볼 수 없는 데다 브랜드별 사이즈가 제각각이어서 구매자들은 선택의 어려움이, 기업들에도 반품·교환율 증가가 골칫거리다.
지난 2월 자사몰에서 고객 응대는 물론, 제품 추천 등까지 지원하는 AI 챗봇 설루션을 내놓은 센드버드도 최근까지 고객사 7000곳을 확보하는 등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설루션은 코딩 없이 단 5분 만에 위젯 형태의 AI 챗봇을 자사몰에 연동할 수 있어 전문 개발자가 없는 작은 기업도 쉽게 쓸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세 사업자를 중심으로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면서 “그간 자사몰에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물류나 반품 문제, 고객 불평 처리 문제 등을 설루션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다면 소비자 직접 판매(D2C) 방식에 대한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채널 다각화보단 주요 플랫폼 일부와 자사몰에 집중해 내실을 다지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