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아빠 신발’에서 글로벌 러닝화 대표주자로 거듭난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한국 시장 직(直)진출을 선언했다. 뉴발란스는 2027년 한국 법인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2030년부터는 과거 15년간 이랜드월드와 이어왔던 파트너십을 마무리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19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뉴발란스가 한국 직진출 결정을 내린 이유가 급성장하는 국내 러닝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뉴발란스는 190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문을 연 스포츠 브랜드다. 러닝화를 중심으로 각종 스포츠용품과 일상화를 주로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랜드월드가 2008년 뉴발란스 애슬레틱 슈로부터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해 국내 사업을 전개했다. 지난해 기준 뉴발란스는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나이키에 이어 스포츠 브랜드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푸마 직진출 후 고전 사례... 차별화 꾀해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직진출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뉴발란스와 유사한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2008년 직진출 후 매출이 급감한 사례가 있다. 여러 패션 브랜드도 직진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뉴발란스는 차별화한 접근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3년간 이원화(투트랙) 운영을 해 국내 시장 안착을 도모하고, 이랜드가 가진 유통 노하우를 계승하면서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의 한 뉴발란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뉴스1

뉴발란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3년간 이원화한 운영 체제를 가동한다. 신설하는 한국 법인은 러닝화를 중심으로 한 기술 마케팅과 러닝 커뮤니티 운영을 맡을 전망이다. 이랜드월드는 15년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키즈 라인과 의류 부문을 전담한다. 뉴발란스 키즈는 2013년 이랜드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아동복 라인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현재 형태에서 큰 틀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한국지사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日 성공모델 한국서도 통할까

전문가들은 이를 뉴발란스가 나이키처럼 성공적인 러닝 커뮤니티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스포츠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 메일, 앱 등을 통해 직접 러닝 동호회를 운영하며 소비자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나이키는 전 세계에서 ‘나이키 런 클럽’ 같은 규모 있는 러닝 커뮤니티를 직접 관리한다. 그러나 뉴발란스는 그동안 이랜드월드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 한계로 이러한 전략 구사에 제약이 있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주 1회 이상 러닝을 즐기는 성인 인구는 2020년 15%에서 2024년 28%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러닝 크루 확산과 러닝 관련 디지털 플랫폼 성장은 당분간 이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망이다.

일본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한국에 앞서 러닝 커뮤니티 전략을 적용했던 국가다. 뉴발란스는 앞서 일본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률을 기록했다. 직접 러닝 커뮤니티 전략을 운영한 결과다.

스포츠 브랜드 전문가들은 “뉴발란스 실험이 성공하려면 기존 유통망과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국내 러닝 커뮤니티와도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다른 브랜드처럼 국내 시장이 주목할 만한 한국 시장 최적화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현재 이랜드와 계약을 맺은 일선 대리점들과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여부가 직진출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뉴발란스의 한국 직진출은 단순한 사업 모델 전환을 넘어, 러닝을 위시한 국내 스포츠 문화와 글로벌 브랜드 현지화가 만나는 새 실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이랜드는 2027년 이후 뉴발란스 매출을 대체할 브랜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 매출에서 뉴발란스 매출이 2027년부터 쑥 빠지는 구조는 아니며 당분간은 동행을 이어간다”고 했다. 이어 “현재 여러 브랜드들이 뉴발란스에 ‘러브콜’을 보낸다고 하는데, 관련 사안에 대해 따로 준비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