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라면이 뚫은 길을 K-스낵이 따라가고 있다. K-푸드 강세 속에 한국 스낵류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내 식품 업계는 해외 각국 식문화에 맞춘 현지화 스낵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18일 조선비즈가 관세청 수출입 무역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과자류 수출액은 7억600만달러(약 1조200억원)를 넘어섰다.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K-스낵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과자류 수출은 최근 5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4억3140만달러였던 수출액은 팬데믹 여파로 2020년 4억1200만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2021년 4억6600만달러, 2022년 6억5640만달러로 반등했다. 특히 2022년 이후 6억달러를 넘어서며 성장기에 진입했다.
수출 지역별로는 북미 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미국은 전체 스낵 수출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 뒤를 중국(11%), 일본(10%)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과자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아직 5% 미만이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글로벌 식품 업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탈리아 제과업체 물리노 비앙코의 페데리코 디 노벨라 아시아 담당 디렉터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서 한국 과자가 노출되면 바로 문의가 쏟아진다”며 “최근에는 한국을 직접 찾은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스낵을 먹고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친다.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맛을 현지화해 새로 내놓는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인데도, 현지 식성을 감안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오리온(271560)이 2019년 베트남에서 출시한 양산빵 쎄봉(C’est Bon)은 출시 1년 만에 3500만개가 넘게 팔렸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카스타드와 질감이 유사하다. 다만 베트남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빵 ‘반미 짜봉’ 특성을 반영해 달콤하면서도 짭짤하게 조리했다. 닭고기를 가미해 단백질 보충이 가능하고, 쫄깃한 식감도 강화했다고 오리온은 설명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는 오감자를 토마토 맛으로 선보였다. 중국 사람들이 토마토를 여러 요리에 두루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었다.
현지화한 제품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물류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할랄 등 현지 종교나 식문화를 거스르지 않는 수출 전용 과자를 맞춤형으로 계속 생산할 수 있다. 크라운제과는 베트남 현지 공장을 증설해 생산량을 50% 늘렸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첸나이에 초코파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공장을 2023년 증설했다. 롯데웰푸드는 이 공장에서 인도에 맞춘 채식 초코파이를 만든다. 인도는 힌두교 신자 비중이 높아 채식주의자가 전체 인구의 30~40%가량을 차지한다.
롯데는 이 점을 감안해 초코파이 속 마시멜로에 사용되는 동물성 젤라틴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했다. 롯데에 따르면 초코파이는 인도 초코파이 시장 70%를 차지하고, 연 7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스낵에 건강을 찾는 소비자를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견과류나 무설탕, 저칼로리 같은 툭수 수요를 겨냥한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다. 가령 육식 문화가 주로 발달한 몽골에서는 설탕 함유량을 낮춘 제로(0) 과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