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설 연휴 기간이 갑자기 길어졌습니다. 정부 의도는 내수 진작이었지만 정작 소비자의 관심사는 해외여행으로 가는 형국입니다.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은 올해 설 연휴 기간(25~30일) 국내 여행객의 해외여행은 작년 설 연휴 기간 대비 73%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한 편의점 도시락 판매대/연합뉴스 제공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특수를 누리려던 편의점 업계는 최근 고민에 빠졌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명절마다 명절 도시락을 출시하면서 ‘혼명족’의 식사 준비에 힘써왔는데, 이 혼명족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면 판매량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는 탓입니다. 혼명족이란 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입니다. 연휴 때 굳이 귀성길에 오르지 않는 1인 가구가 늘자 최근 편의점은 이들이 간단하게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도록 도시락을 만들어 특수를 누려왔습니다.

이번 설에 가장 재빠르게 명절 도시락을 내놓은 곳은 GS25입니다. GS25는 올해 설날 도시락을 궁중요리로 알려진 구절판 콘셉트로 기획했습니다. 명절 대표 요리 등 9개 메뉴를 선별해 가로·세로 3칸씩 총 9칸으로 나눈 특별 용기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한 종류의 밥과 다양한 반찬을 곁들이는 일반적인 도시락 구성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불고기, 너비아니, 모둠전, 3색나물 등 설날 대표 음식 6종과 함께 전복톳밥, 흑미밥, 김치볶음밥 등 밥 메뉴를 3개 종류 중에서 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년보다 물량도 두 배가량 늘렸습니다. ‘명절 음식도 GS25에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좋은 데다가 지난해 구정과 추석 연휴 판매 추이를 봤을 때 물량을 더 공격적으로 늘려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선 데 따른 것입니다.

CU는 GS25보다 한 주 늦게 상품 구성이나 기획을 정했습니다. CU는 올 설에 ‘명절 11찬 도시락’과 신년맞이 떡만둣국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명절 11찬 도시락은 전, 잡채, 나물, 돼지불고기 등에 후식으로 찹쌀떡까지 명절에 맛볼 수 있는 11가지 음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신년맞이 떡만둣국엔 쌀밥, 깍두기, 김치전 등을 한상차림으로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명절 음식을 반찬으로 꾸린 도시락을 명절 전주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문제는 물량입니다. 도시락인 만큼 소비기한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재고 문제 없이 물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설 명절을 참조해서 물량을 정할 예정이지만 갑작스럽게 임시 공휴일이 추가되면서 변수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명절 도시락을 빨리 내놓은 곳이나 늦게 내놓은 곳이나 고민이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선제적으로 도시락을 내놓은 곳은 임시 공휴일을 변수로 산입하지 않고 물량을 확정했고, 도시락을 늦게 출시한 곳은 해외여행 수요가 어느 정도의 변수로 작용할지가 고민입니다. 명절에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소비자가 해외여행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지 등 아직은 관련 정보가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편의점 MD(상품 기획자)는 “명절 도시락을 내놓은 것이 최근 1~2년간 일이기 때문에 완전히 상황이 같진 않겠지만, 과거 9일 연속 연휴였던 때의 도시락 판매 추이를 참고해서 보수적으로 물량을 산정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지정된 임시 공휴일은 미처 예상치 못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길어진 설 연휴에 어떤 업종이 웃고 울지, 어떤 사업부가 웃고 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