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The미식)’의 고전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하림산업이 양념 라인을 출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하림지주 등은 하림산업에 수천억원대 ‘실탄’을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하림그룹의 여신 전문 금융회사 에코캐피탈까지 하림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더미식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림 더미식 냉동 국물요리 7종./뉴스1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최근 더미식 브랜드 양념 제품 11종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보고를 마치고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각종 찌개와 볶음 등에 사용되는 양념 제품을 출시해 더미식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림산업은 더미식을 2021년 출시했다. 당시 하림은 더미식을 연 매출 1조5000억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경쟁사 대비 원재료 품질을 높여 차별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즉석밥·냉동만두·냉동 국물 요리 등 HMR 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작년에는 라면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불경기까지 겹치며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이 됐다. 예컨대 더미식 라면은 4봉지에 7040원, 한 봉에 1700원꼴이다. 그런데 농심 등 경쟁사는 1봉지에 1000원 내외여서 더미식 라면이 두 배가량 비싸다.

더미식은 브랜드 출범 4년이 다 되도록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림산업 실적도 좋지 않다. 하림산업 매출은 2021년 216억원,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커졌다. 영업손실은 2021년 589억원에서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으로 증가했다.

하림산업 입장에선 더미식 브랜드를 포기하기도 애매하다. HMR은 1~2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으로 지속 성장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림이 진행하는 식품 사업 중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큰 편이다.

지금까지 그룹 차원에서 자금 수혈도 지속돼 왔다. 하림그룹은 2022년 말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했는데, 지배구조 개편 전에는 하림산업의 모회사였던 엔에스쇼핑이,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는 하림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해 하림산업에 자금을 수혈했다. 2021년~2024년 하림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사로부터 조달받은 금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하림산업은 작년 10월 계열사 엔에스쇼핑에 시설투자 명목으로 연 4.6%의 금리로 280억원을 빌렸다.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지난 9일 하림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에코캐피탈은 하림산업에 60억원의 운영 자금을 대여했다고 공시했다. 이자율은 연 7.8%다.

차입금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에코캐피탈이 하림산업에 자금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코캐피탈은 하림그룹의 여신 전문 금융회사로 그룹 계열사에 기업어음(CP)을 매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식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더불어 HMR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라인 증설, 물류센터 증설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APEX(자본적 지출) 투자는 2022년 439억원에서 2023년 97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7월에는 전북 익산에 있는 라면 공장과 물류센터를 증설하는 데 689억원을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미식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시설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더미식 프리미엄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HMR 시장 경쟁이 치열해 더미식이 하림산업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