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카페가 앞다퉈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1인당 카페가 가장 많은 국가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커피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스타벅스 등 중·고가 커피로 양분된 국내 시장 파이를 키우려는 모양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가 최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했다. 1995년 시카고에서 시작한 인텔리젠시아는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꼽힌다. 앞서 지난 3월 서울 서촌에 첫 매장을 낸 후 두 번째 출점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해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획득한 커피만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이다.
이달 롯데백화점도 서울 청담동에 모로코 바샤커피 국내 1호점을 개업했다. 바샤커피는 ▲싱가포르 ▲두바이 ▲프랑스 등 9개국에 이어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전문 커피 마스터가 상주해 다양한 컬렉션과 원산지 및 맛과 향 등에 따라 200가지 이상의 100% 아라비카 원두 선택을 돕는다. 가격도 고가다. 매장 기준 1잔 1만6000원부터 최고 48만원까지 구성되어 있다. 높은 가격대로 국내 커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서울 신논현역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자국보다 2배 이상 가격을 높이는 고급화 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전국 12개 매장을 운영하는 팀홀튼은 한국 개점 한 달 만에 도넛류 약 30만 개, 커피류 10만 잔 이상을 판매했다. 5년 내 국내 매장을 150개로 늘려가겠다는 각오다.
블랙라떼로 유명한 일본 후쿠오카의 노커피(NO COFFEE)도 올해 4월 서울 압구정에 첫 매장을 냈다.
국내 운영을 준비 중인 곳도 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의 커피 프랜차이즈 랄프스 커피는 현재 구인 사이트 등을 통해 바리스타를 모집 중이다. 노르웨이 커피 브랜드 푸글렌도 이달 초 한국 공식 사회관계망(SNS) 계정을 개설하고 “한국 진출을 위해 현재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유명카페들이 앞다퉈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 커피 시장 규모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달하는 데다 지속 성장하고 있어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3조1717억원으로 2018년 기준 2조 5729억 원보다 약 23% 성장했다. 1인당 커피 연간 소비량(405잔)도 세계 평균(152잔)의 2배를 상회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다양성 추구 성향이 글로벌 브랜드에 일종의 시험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이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니다. 미국의 블루보틀이 대표적 사례다. 최고급 생두를 소량 단위로 로스팅하는 블루보틀은 국내 매장 개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다. 하지만 올해로 국내 상륙 6년 차, 인기는 시들해졌다.
블루보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억4598만원, 당기순이익은 7억6549만원을 기록, 각각 전년 대비 16.6%, 43.4% 줄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느림’이 한국 소비자 정서에 맞지 않다 보니 저가를 무기로 한 한국 카페들에 뒤처졌다는 평가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세계 유명카페들에 한국은 아시아 진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소비력이 높고 취향도 고급화되고 있어서다“라며 “한국은 카페와 디저트 시장이 10년 사이 크게 성장하고, 가치 자본을 소비하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