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와 패션이 전 세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과 일본에서 기존 강국인 프랑스 화장품을 제치고 수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 분야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해외에서 인정을 받은 뷰티·패션 브랜드들의 성공 스토리와 차별화된 제품 철학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케이(K)패션은 한류 열풍을 타고 아시아 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3마(마땡킴·마르디메크르디·마리떼)’ 브랜드로 대표되는 한국 신진 브랜드는 신선한 디자인으로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연 매출은 1000억원을 넘겼고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돌파했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는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 /최효정 기자

패션 업계에서 다음 메가 브랜드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이스트엔드의 ‘시티브리즈’다. 링클프리 셔츠와 케이블니트 집업 등 탄탄한 품질을 바탕으로 한 히트작을 쏟아내며 국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스트엔드는 작년 연매출이 500억원에 달한다. ‘3마’가 내수 시장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처럼 시티브리즈도 올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만난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는 이 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이스트엔드는 김 대표가 2016년 창업한 회사다. 콘템퍼러리 브랜드인 ‘시티브리즈’와 ‘아티드’ 등을 주력으로 운영 중이다.

김 대표가 패션 시장에 뛰어든 것은 K패션의 성장 가능성을 포착해서다. 한류 인기에 더해 무신사와 29CM 등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디자인과 생산, 판매를 한 번에 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김 대표는 동대문 원부자재 시장과 공장, 디자이너 등을 통해 훌륭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라 인디 브랜드 중심의 K패션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이력은 패션과는 무관했지만, 소비재로 해외를 정복하자는 장기 목표를 가지고 패션을 선택했다.

대표 브랜드인 시티브리즈의 성공 비결은 품질이다. 디자인 위주인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와는 달리 소재와 품질을 강조했다. 30만장이 넘게 팔린 히트 상품인 링클프리 셔츠는 페이턴트 소재로 만들어져 구김이 덜 간다. 케이블니트 집업도 다른 제품에선 찾아볼 수 없는 굵은 원사를 썼다. 품종수를 줄여 가격 대비 품질을 높였다.

김 대표는 “시티브리즈는 극소량을 생산하는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에 비해 처음부터 최대한 품종수를 줄이고 히트상품 위주로 가성비를 높이려고 했다”라며 “품질을 높이면서 링클프리 등 한국 소비자들에게 먹히는 소구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생각은 적중했다. 이스트엔드는 지난해 거래액 500억원, 회계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 거래액은 300억원가량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70%를 넘겼다. 시티브리즈만 놓고 보면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80%에 달한다. 올해 목표는 거래액 1300억원에 회계 매출 900억원이다.

이스트엔드의 다음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앞서 3마 브랜드는 국내 인기를 바탕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해외 진출에도 성공을 거뒀다. 시티브리즈도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과 대만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스트엔드가 재무적 투자자(FI)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작년 말까지 누적 2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올해 상반기 추가로 50억원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코넥스 상장을 추진한다.

특히 일본 시장의 경우 시티브리즈가 펼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현지에서 블랙핑크나 소녀시대 등 K팝 아이돌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입소문이 났고, 일본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티브리즈만의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사선 절개 재킷 등 세부적인 디자인이 유행을 선도하는 일본 MZ(1980년~2000년대)세대에게 인기다. 링클프리 셔츠처럼 일본 시장에서도 메가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유니클로 등 SPA브랜드 위주 시장인 일본에서 K패션은 유행과 파격의 첨단”이라면서 “팝업에서 뜨거운 반응을 봤다. 한국에서는 여타 다른 브랜드에 비해 과감하지 않은 편인데 일본 소비자들에겐 시티브리즈만의 사선 절개 등 디자인 디테일이 소구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K패션의 인기는 한류가 지속하는 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한정된 사이즈로 유럽이나 북미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는 점과 테무와 알리의 공습으로 K인디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동대문 생산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 대표는 “차별화된 디자인에 더한 한국 문화와의 시너지 효과가 K패션의 확장 가능성을 키울 것”이라며 “내수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옷과 같은 소비재로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 규모를 늘려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면서 인디 브랜드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