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MLB 등으로 유명한 F&F(383220)가 업계에서 쌓은 성공 신화를 케이(K)팝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패션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김창수 회장 리더십 아래 자금 수혈과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초기 시장 진입에 난관을 겪으면서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유니버스 리그’는 단 하나의 프리즘 컵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리그전 형식의 오디션으로 프로그램은 실제 스포츠 경기처럼 진행되며, 세 구단을 이끄는 감독들이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고 경쟁한다./뉴스1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F엔터테인먼트는 SBS와 손을 잡고 보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유니버스 리그’를 방영하고 있다. 기존 개인 오디션 형식을 탈피, 단체전을 중심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2023년 1월, F&F는 자회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K팝 산업에 진출했다. 패션 브랜드(MLB, 디스커버리)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K팝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취지다. 패션업계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든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F&F엔터의 첫 프로젝트는 SBS와 공동 제작한 ‘유니버스 티켓’이다. 다국적 걸그룹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방영됐지만, 첫 방송 이후 시청률 0%대를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유니스(UNIS)라는 걸그룹이 이를 통해 최종 데뷔했지만, 국내에서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한 상황이다.

사실상 설립 이후 처음 나선 프로젝트가 인기몰이에 실패하면서 F&F엔터테인먼트의 재무 상태도 악화했다. 2023년 말 마이너스(-)59억원 수준이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상반기 –87억원이 됐다. 영업손실은 5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월 F&F가 유상증자를 통해 30억원을 수혈했지만 역부족이다.

문제는 보이그룹 버전인 후속작 유니버스 리그 흥행에도 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TV 시청률은 1화부터,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 꾸준히 0%대로 저조한 상태다. 인터넷에서 화제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F&F 입장에선 MLB, 디스커버리, 수프라 등 F&F가 전개하고 있는 주력 브랜드들이 후원에 나선터라, 엔터와 패션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노리고 있는데 화제성이 떨어져 아쉬운 상황이다.

F&F가 운영하는 MLB나 디스커버리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수 부진 등에 따라 F&F 본업인 패션업 성장세도 정체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F&F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509억원과 영업이익 10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5%, 27.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그룹 미래 먹을거리로 창업자 김창수 회장이 직접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을 점찍었다. 김 회장은 직접 MLB, 디스커버리 등을 해외에서 라이선스만 가져와 패션 브랜드로 키워내 연달아 성공시켰다. 다만 현재까진 하이브, SM, YG, JYP 등 4대 기획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K팝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F&F엔터테인먼트는 당장 구체적인 재무 성과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빅텐츠)를 매각하고 이원화됐던 콘텐츠 사업을 음악 위주로 전개할 예정이라, 성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F&F 관계자는 “유니스가 본격적으로 데뷔한 지 6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이돌 산업 특성상 지금은 투자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라며 “상승곡선을 꾸준히 그려가고 있고, 향후 2~3년을 보고 그 가치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