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대형 할인점 이마트(139480)가 신규 출점으로 외형 확대에 나선다. 통합 매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1시간 안팎 배송 서비스인 ‘퀵커머스’도 본격화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26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합 매입을 기반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케팅 혁신으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이런 영업 전략을 공개했다.

서울 시내 이마트 매장 모습. /뉴스1

이마트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통합 매입 체계 전환이다. 대형마트(이마트)와 창고형 할인점(트레이더스), 온라인 쇼핑몰(G마켓·SSG닷컴) 등 업태별로 나뉘던 매입을 통합 매입 체계로 전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선된 원가 절감분을 가격경쟁력 확보에 재투자해 매출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한 대표는 올해 신규 출점 확대와 판매채널 다각화를 통한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점도 뚜렷이 했다. 이마트는 최근 외형 확장보다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한 ‘다운사이징’에 집중했다.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해 지난해 말 기준 154개까지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식품에 특화한 푸드마켓 수성점(대구)이 문을 열었고, 지난달에는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선보이며 신규 출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올해 푸드마켓 고덕점(올해 상반기)과 트레이더스 구월점(하반기) 개장도 예정돼 있다.

내년에도 세 곳 이상의 신규 점포가 문을 연다. 신규 부지도 다섯 곳 이상 확보해 출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점포는 영업 기반이자 성장 동력”이라며 “상권의 규모와 입지, 수익성 등을 검토해 트레이더스나 푸드마켓 등 다양한 형태로 점포를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효율성이 낮은 점포도 신규 사업 모델인 쇼핑몰과 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해 고객·매출 증대를 꾀하겠다고 했다. 퀵커머스 사업에도 힘을 준다. 유통의 경쟁 구도가 빠른 배송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 대표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자 기존의 점포 자산을 활용해 퀵커머스와 같은 배송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왕십리점과 구로점이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동탄점까지 3개 점포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시범서비스 단계로,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서비스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해오던 강도 높은 비용 구조 혁신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용 효율화의 핵심 사안으로 조직 통폐합을 통한 인력 효율화와 더불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를 꼽았다. 이를 통해 2027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저 배당 상향, 자사주 조각 등의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 주당 최소 배당금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리고 올해와 내년 2년간 56만주(전체 주식의 2%)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을 뼈대로 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이마트 주가는 이를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8만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연저점(5만4800원) 대비 4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밸류업 계획 공개 안건인 6호 안건이 부결됐다. 이 안건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액트는 지난 2월 경제개혁연대와 밸류업 계획 공개와 매분기 보고 의무화, 자기주식 소각 등 다섯 가지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뒤 이마트측과 협의를 이어왔다.

소액주주 연합은 밸류업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것과 별개로 5호 안건인 이사 보수 한도 설정에도 반대 입장을 펼쳤다. 과거 정용진 회장 등 임원진의 보수 논란 등에 대한 주주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정 회장이 지난해 이마트로부터 받은 총보수는 전년 대비 9000만원(2.4%) 적은 36억900만원이다. 정 회장의 지난해 총보수는 급여 19억8200만원과 상여·성과급 16억270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 안건은 주총에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