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신사업 확대’ 계획을 꺼내 들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신라, 농심, 롯데하이마트, 동원F&B 등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휠라홀딩스 등은 글로벌 사세 확장에 맞춰 사명 변경에 나선다. 상시적 위기 시대에 맞춰 신사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전경. /호텔신라 제공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008770)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 목적에 콘도미니엄 분양 및 운영업과 노인 주거·여가 복지 시설 설치 및 운영사업, 종합휴양업과 콘도미니엄 분양 및 운영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시니어 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사업 기회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정관에 사업 목적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071840)는 같은 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 목적에 전자·전기·통신 기계기구 및 관련 기기, 기타 관련 부속품의 제조업, 방문판매업 및 이에 부수하는 서비스업을 추가한다. 조립 PC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령화 사회에 맞춰 고객 평생 케어 기반의 안심 상담 및 구매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농심(004370)은 같은 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팜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넣을 예정이다. 2018년 사내 벤처 ‘닥터팜’을 통해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농심은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한 바 있다. 이번 정관 개정을 계기로 스마트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원F&B(049770)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17개의 신규 사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중개업, 광고대행업, 인터넷 콘텐츠 개발 등 인터넷 서비스 관련 사업을 비롯해 식품 가공 및 의류 봉제 판매업, 생활필수품 판매업, 애완동물 관련 용품 판매 및 유통업 등이 추가된다.

2022년 농심 안양공장 내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둘러보는 오만 농수산부 관계자들. /농심 제공

같은 날 주총을 여는 현대리바트(079430)는 사업 목적에 인테리어 디자인업과 전시, 컨벤션, 행사 및 행사 대행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주얼리 사업을 영위하는 제이에스티나(026040)는 28일 주주총회에서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식품의 개발,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 일반식품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새롭게 추가한다.

사업 확대를 위해 사명을 바꾸는 곳도 있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주)신세계의 자회사 신세계센트럴시티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신세계센트럴’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동안은 (주)신세계의 부동산 임대·관리 자회사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JW메리어트 호텔, 고속버스 터미널 등이 있는 센트럴시티를 운영해 왔으나, 향후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신세계(004170)는 최근 신세계센트럴시티 주주들에게 발송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서 “앞으로 그룹 내 핵심 부동산을 활용한 주거·오피스·호텔·리테일 등 고부가가치 부동산 사업을 주도하며 핵심 관계사로 거듭나려고 한다”며 “기존 사명에서 서울 등 대도시라는 한정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시티’를 삭제하고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도약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5일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아모레퍼시픽홀딩스로 변경한다.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명을 변경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음날 주주총회를 여는 오뚜기(007310)는 영문 상호 표기를 기존 ‘OTTOGI CORPORATION’에서 ‘OTOKI CORPORATION’으로 바꾸는 안건을 상정한다. 해외 사업을 염두에 두고 표기를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JW메리어트 호텔, 고속버스 터미널 등이 밀집된 센트럴시티 전경. /신세계센트럴시티 제공

휠라홀딩스(081660)는 31일 주총에서 상호를 미스토홀딩스(Misto Holdings Corporation)로 변경할 예정이다. 2023년 홍콩에 세운 글로벌 브랜드 사업 법인 미스토브랜드홀딩스에서 따온 것으로, 다양한 브랜드 사업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회사는 2007년 인수한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2011년 인수한 골프용품 업체 아쿠쉬네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복 사업을 하는 까스텔바작은 1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형지글로벌로 변경하고, 스포츠 매니지먼트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복귀도 주목된다. 롯데쇼핑(023530)은 2020년 3월 이사직에서 물러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5년 만에 사내이사로 올릴 예정이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지주(004990)·롯데케미칼(011170)·롯데웰푸드(280360)·롯데칠성(005300)음료 등 4개 회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 롯데칠성음료의 사내 이사직의 연임은 포기할 예정이다. 깨끗한나라(004540)는 오너 2세인 최병민 회장을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주총은 신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정관 변경에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기업들이 늘었다”면서 “유통 업계의 불황이 상시화된 만큼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기업들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