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마트(139480)가 3조6000억원에 인수한 G마켓의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逆)성장했다. 경쟁사인 쿠팡이 외형을 확대하고 수익성도 개선시킨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4분기 그룹 인사를 시작으로 시너지 창출에 대한 내부 평가가 본격화 되는 가운데 수익성을 개선시키면서 시장 내 입지를 키워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4일 이마트에 따르면 G마켓의 상반기 매출은 6536억원, 영업적자는 376억원이다.
다른 자회사의 경우 작년 상반기 실적도 함께 제시했지만 G마켓은 작년 11월에 미국 이베이 본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하는 작업이 마무리되고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공백으로 뒀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작년 상반기 매출은 7억8300만달러(1조273억원), 영업이익은 500만달러(65억6000만원)다.
원화 기준 매출, 영업이익을 단순 비교 하면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 했다.
국내 이커머스가 성장성 지표로 삼는 거래액(GMV)도 상반기 기준 감소했다.
G마켓 GMV는 1분기에 14% 감소한 3조798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 G마켓 최대 쇼핑축제인 빅스마일데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이 1%에 그쳐 4조497억원으로 집계됐다.
GMV 기준 G마켓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빅3로 꼽히는 네이버, 쿠팡의 거래액이 1·2분기 연속 전년 대비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악화된 건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 통합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①투자 비용과 ②마케팅 지출이 증가했으며 ③새로운 카테고리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G마켓 사정을 잘 아는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이베이 본사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경영을 했던 게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이 인수하면서 경쟁사 대비 적었던 IT 고도화, 마케팅 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①투자 비용 증가
G마켓은 3월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8월 SSG닷컴의 쓱배송(당일 시간대 지정 배송)과 새벽배송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전용관 ‘스마일프레시’를 신설했다.
G마켓은 그동안 자체 보유한 물류센터를 통한 익일배송에 주력했다. 소비자들이 당일 배송을 원하는 신선식품, 생필품보다 공산품 판매 비중이 높아 익일배송으로도 충분히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신선식품 판매에 강점을 가진 이마트와 한가족이 되면서 기존 스마일클럽 고객 중 새벽배송을 경험해보지 않은 소비자를 새롭게 유입시킬 필요성이 생겼다.
이에 G마켓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SSG닷컴과 연동하고 전문관을 신설하는 등 고도의 개발 역량이 필요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IT 관련 투자 지출이 늘었다.
미국 이베이 산하에 있을 때 기존 서비스 운영·유지·보수에 개발 초점이 맞춰진 것과 상반된다.
②마케팅 지출 확대
신세계그룹과 통합 멤버십을 출시한 데 따른 마케팅 지출도 늘었다.
이마트는 약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G마켓의 스마일클럽을 5월 신세계 통합 멤버십으로 개편했다.
기존에 연회비 3만원을 내면 G마켓·옥션에서 쓸 수 있는 적립금, 할인쿠폰 등을 줬는데 통합 멤버십은 SSG닷컴에서 쓸 수 있는 적립금, 쿠폰과 월 2회 스타벅스 무료 사이즈업 등 추가 혜택을 준다.
이마트가 G마켓을 인수한 이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첫번째 협업이었던 만큼 가입자 수를 확대하기 위해 2분기에 할인쿠폰 발행을 늘렸고 배우 구교환, 한소희를 기용한 디지털 광고도 선보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통합 멤버십 출시 관련 프로모션 비용은 SSG닷컴과 G마켓이 30억원씩 나눠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새로운 카테고리 전략 추진
G마켓이 고객기반 확대를 위해 패션, 디지털 제품 등에 비해 가격대가 낮은 신선식품, 생필품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상단에 노출하는 새로운 카테고리 전략을 추진한 것도 거래액이 감소한 원인이 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1분기에 사이트 내에서 식품, 생필품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추진했다”며 “기존 주력 품목(디지털)에 비해 단가가 낮아 거래액 감소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G마켓이 식품, 생필품 판매에 힘쓰는 사이 기존 소비자들이 경쟁사로 이탈했거나 구매금액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은 아직 G마켓 통합 시너지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G마켓 인수가 마무리 돼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PMI) 작업을 진행한지 불과 7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이 매입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