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3일 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0.01%포인트=1bp)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호텔롯데, 호텔신라(008770),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주요 호텔·면세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금 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높은 차입 의존도로 금리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2021년 11월 25일 연 1.00%에서 올해 ▲1월 14일 ▲4월 14일 ▲5월 26일 0.25%포인트씩 올렸고 13일에는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해 현재 연 2.25%다.

올해만 무려 125bp가 오른 것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 흐름을 억제하고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을 늦추기 위해서다. 한은의 빅스텝 단행은 195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이례적이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3월 금리 상승에 따른 산업별 시나리오 테스트를 하면서 기본(base)·긍정(positive)·부정(negative)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기본은 올해 기준금리가 25bp씩 총 3번 오르는 것이고 긍정은 2번, 부정은 4번이다.

한은의 빅스텝 단행으로 기업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부정 케이스가 현실화 됐고, 금리 인상폭은 100bp에서 125bp로 더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한은도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신평은 각 시나오리별 주요 업종의 이자비용 대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추정했다.

이자비용 대비 EBITDA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이 이자비용의 몇 배수 인지를 의미한다. 배수가 높을수록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덜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정 결과 호텔면세업은 다른 업종 EBITDA 대비 이자비용이 낮아 모니터링이 필요한 산업군으로 꼽혔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회사는 호텔롯데, 호텔신라, 조선호텔앤리조트, 부산롯데호텔, 신세계디에프, 파르나스호텔이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호텔면세업의 이자비용 대비 EBITDA는 올해 2.9배였으나 부정 시나리오에서 2.8배로 떨어졌다. 전체 업종 중에서 조선업 다음으로 낮다. 이마트(139480) 등 주요 유통사가 5.0배, 음식료가 7.4배, 의류가 14.6배인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호텔면세업은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데다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 현금 확보가 쉽지 않다. 호텔면세업의 단기성 차입금 대비 현금 및 금융상품 비율은 45%로 전체 업종 평균(144%)을 크게 밑돌았고 꼴찌였다. 비율이 낮을수록 보유 현금으로 단기 부채 갚기가 빠듯하다는 뜻이다.

특히 호텔, 면세업을 모두 하고 있는 회사들은 영업력 회복이 더뎌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호텔롯데가 9조823억원, 호텔신라가 1조5699억원이다.

올 들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호텔롯데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1조470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적자는 723억원에서 1244억원으로 늘었다. 호텔신라는 1분기 매출이 51% 증가한 1조943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이 266억원에서 151억원으로 줄었다.

호텔업만 하고 있는 조선호텔앤리조트는 1분기 매출이 75.3% 증가한 907억원, 영업적자는 203억원에서 72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사정이 그나마 낫지만 총차입금이 1조538억원으로 부채 부담이 높다.

류연주 한신평 선임 애널리스트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호텔신라는 영업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리구매상(다이궁)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면세사업 수익성이 저하되며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되거나 회복속도와 폭이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며 “신세계디에프와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올 들어 수익성이 저하되거나 영업적자가 계속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면세산업의 경우 중국 대리구매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됐다”며 “중국의 자국 면세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향후 고객 유치 경쟁의 추이, 판촉 비용이 각 업체의 이익창출력에 미치는 영향, 국내 면세 수요의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