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IFC몰.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 사이, 앳된 얼굴의 사람들이 노란 쇼핑백을 들고 거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노란 쇼핑백 안에 분홍색 상자. 하루 3만개 팔리는 도넛으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의 상징색이다.

카페 노티드를 비롯해 올해 IFC몰에 새로 입점한 매장은 공통점이 있다. 캐쥬얼 의류 브랜드 유니버스, 미국의 인기 샌드위치 브랜드 썬더롤스와 렌위치, 샐러드 카페 윤잇까지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2월 바로 맞은편에 현대백화점(069960)의 야심작 더현대서울이 문을 열면서 IFC몰이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올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감으로 외출하는 사람이 늘면서 IFC몰의 월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낮 12시쯤. 서울 여의도 IFC몰이 쇼핑, 식사를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이현승 기자

11일 IFC몰에 따르면 올해 전년 대비 월 매출 증가율은 1월 80%를 기록한 뒤 2월 36%, 3월 25%로 증가율이 둔화되는 듯 하다가 4월 59%, 5월 50%로 다시 확대됐다.

IFC몰 측은 “더현대서울 개관 직후에도 방문객 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였다”며 “국내외 유명 식음(F&B) 브랜드를 유치하고 다양한 문화 전시를 진행하며 고객 방문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은현

IFC몰은 2012년 변변한 쇼핑가가 없었던 여의도에 문연 뒤 서남권 대표 복합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자라, 유니클로, 코스, 마시모두띠 등 다양한 가격대의 의류 SPA(제조·유통 일괄화) 브랜드와 중저가 화장품 업체, 영화관(CGV), 서점(영풍문고)이 모여있고 콘래드호텔과도 연결돼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작년 초 더현대서울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이 개관하면서 IFC몰 고객이 상당부분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오히려 집객 효과가 발생했다.

더현대서울이 10~30대 사이에서 핫플(핫플레이스, 명소)로 자리매김 하자 수도권 밖에서 여의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이들이 온김에 IFC몰도 둘러보고 가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은 지금도 주말이면 식당가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데, 이때 밥을 먹으러 지하 통로로 연결된 IFC몰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그는 “IFC몰의 주말 방문객이 그동안 인근 거주민들이었다면 더현대서울 개관 이후 수도권 밖의 10~30대까지 확장되는 반사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IFC몰 역시 더현대서울 개관 전후로 자체 콘텐츠를 강화했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생긴 공실에 해외 브랜드의 국내 1호점이나 최소한 여의도 유일한 매장을 개관한 사례가 잇따랐다.

작년 1월 문연 국내 최초 다이슨 체험형 매장과 같은해 2월 개관한 애플스토어 국내 2호점, 렌위치와 썬더롤스 국내 1호점이 대표적이다.

MZ세대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K팝 팬들을 겨냥한 디페스타를 유치하기도 했다. 디페스타는 BTS, 트와이스, NCT127 등 유명 K팝 아티스트 9팀의 영상과 사진 등을 선보이는 행사로 지난 4~6월 열렸다.

디페스타 기간 스트레이트키즈, 엔하이픈 등 일부 아티스트가 직접 IFC몰을 방문해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올해로 개관 10년인 IFC몰은 소유주가 바뀌면서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IFC몰은 서울시가 2006년 미국 보험사 AIG와 손잡고 개발한 IFC 프로젝트의 일부다.

IFC몰과 오피스 3개동과 콘래드호텔로 이뤄져 있다. AIG가 서울시와 계약이 끝난 2016년 IFC를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에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브룩필드는 지난 5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는 4조1000억원에 달하며 3분기 내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