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광역시 가운데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아웃렛, 창고형 대형 매장이 없는 곳은 광주가 유일합니다. 유통기업들이 여러 번 진출을 시도했지만, 지역 상인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죠.
특히 과거 광주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추진한 전례가 있는 신세계(004170)그룹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신세계 주변 부지 2만6600㎡를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려다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계획을 중단한 적이 있죠.
그런 만큼 광주 내 복합쇼핑몰 유치가 현실화 되면 다시 개발이 추진될 거란 기대감이 모이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선 윤석열 후보의 이름과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합쳐 ‘석타필드’라는 게시물까지 떠돌 정도입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입니다. 정쟁에 휘말리는 게 부담스러운 데다, 투자금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로 들어가는 복합쇼핑몰 개발을 다시 추진하는 게 쉽지 않아서죠.
유통업계는 광주 지역의 상권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작년 백화점 매출 순위를 보면 신세계 광주점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7652억원으로 전체 백화점 점포 중 12위였습니다. 백화점 규모와 입점 브랜드 등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게 유통가의 평입니다.
롯데마트가 최근 연 창고형 할인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광주 상무점을 창고형 할인점 ‘맥스’로 새단장했는데, 개장 한 달간 매출이 개편 전인 작년보다 3배, 고객수는 4배가 늘었습니다.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점이 없던 지역이어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앞으론 대전 코스트코로 원정 쇼핑 가지 않아도 된다”며 흡족해 하는 고객도 있다고 합니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정치권의 공방을 계기로 향후 광주·호남 상권 진출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유통업계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기업들이 기피하는 지역이었으니까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을 새로 지을 곳이 없다”라며 “진출이 어려웠던 광주·호남지역이 열리면 상권 개발 기회가 생기니 반가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유통업계 환경이 급변한 건 변수로 지적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복합쇼핑몰이 사업성이 있었지만,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 때문에 업계에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도 나옵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지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여성복 쇼핑몰 W컨셉을 인수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온전한 ‘디지털 피보팅(Pivoiting)’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며 “올해 거래의 반은 온라인과 연관된 매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이는 경쟁사인 롯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라면 오프라인에 투자 안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 쇼핑·문화시설은 지역이 생존하는 전략 중 하나로 꼽힙니다. 소비하는 곳에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죠.
온라인 쇼핑 시대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2016년 대구에 개장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고객의 절반가량을 대구 바깥 지역에서 끌어들이며 4년 11개월 만인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대구점은 앞서 신세계가 광주와 함께 개발을 추진했던 곳입니다. 지난해 개장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도 큰 인기를 얻었죠.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복합쇼핑몰과 같은 쇼핑 문화 시설을 갖춰 정주여건(定住與件)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KTX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복합쇼핑몰을 짓더라도 서울 강남권 수준의 쇼핑몰을 건립해 원정 소비자는 물론 인근 지역 소비자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제대로 된 볼거리를 조성해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