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브랜드 ‘곰표’의 주인 대한제분(001130)이 브랜드 간 협업을 넘어 홀로서기에 돌입했다. 곰표는 2018년 7월 ‘곰표 티셔츠’를 시작으로 맥주, 화장품, 과자 등 다른 기업과 잇달아 협업 제품을 만들어왔다. 대한제분은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지난 5월 27일 ‘안녕! 곰표 치킨너겟’을 직접 생산·판매했고 추가 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곰표의 성공이 이색 협업에 있었던 만큼 직접 사업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최근 치킨너겟 외 직접 식품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제분이 개발한 조리법을 적용하고 식품 최종 생산은 전문 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 문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식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한제분은 지난 5월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치킨너겟 ‘안녕! 곰표 치킨너겟’을 선보였다. 치킨 전용 파우더 배터믹스와 튀김가루를 원료로 사용했다. 계육을 직접 다룰 설비는 없어 국내 대표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에 생산을 맡았다. 치킨너겟 이전엔 육수 팩과 양념 등을 포함한 밀키트(조리법만 따라 하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제품) ‘곰표 오리지널 국수’도 편의점 이마트24를 통해 출시한 바 있다.
대한제분은 2018년 7월 의류업체 4XR과 한정 수량으로 내놓은 곰표 티셔츠를 시작으로 콜라보 마케팅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세븐브로이맥주와 협업해 지난해 5월 편의점 CU에서 출시한 곰표 맥주는 하루 평균 17만 캔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한제분 브랜드관 곰표하우스에 따르면 곰표 콜라보 제품은 막걸리 등 30가지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협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대한제분이 직접 제품을 출시해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은 협업 제품 매출의 일부를 라이선스(상표권) 대가로 받고 있어 큰 수익을 얻지는 못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연결 기준)은 5190억원으로 전년(4793억원)보다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8억으로 전년(219억원) 대비 23% 감소했다. 곰표 브랜드 인지도와 직결되는 대한제분 소맥분(밀가루) 매출은 같은 기간 5% 증가에 그쳤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 브랜드와 협업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로열티 수익이 소폭 늘었지만, 전체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한제분의 소매시장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한제분이 밀가루와 관련성이 높은 화장품, 식품을 찾아 릴레이식으로 이색 협업 상품을 내놓으며 흥미를 끌었는데 직접 사업에 진출하면 이 재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곰표의 성공은 2030세대 사이에서 분 ‘뉴트로(새 것+옛 것)’ 영향 덕분”이라며 “신제품을 내놓으면 레트로(복고풍) 특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은 제품을 직접 출시하면서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 ‘표문 막걸리’ 판매를 시작했고 다음달 온라인몰 GS샵에 주방 브랜드 ‘해피콜’과 협업한 텀블러를 출시하기로 했다. 표문 막걸리의 표문은 ‘곰표’를 뒤집어 표기한 것으로, 막걸리를 거꾸로 뒤집어 흔들어서 마시는 데 착안해 지은 이름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를 앞세운 소매시장 진출이 협업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