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의 젊은 직원들이 만든 액티비티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홍다영 기자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피보다 반팔, 반바지, 모자, 손수건 등 등산 제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8900원부터 4만6900원까지 다양했다. ‘집 밖으로 돔황챠(도망쳐)’ 등의 문구가 적힌 엽서와 포스터가 곳곳에 있었다. 이곳은 롯데백화점이 이달 9일 문을 연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다. 매장 관계자는 “야외 활동 커뮤니티”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MZ세대(1980~2000년대생) 직원들이 등산, 캠핑, 자전거 등 액티비티(야외 활동) 커뮤니티 커머스에 나섰다. 소셜미디어(SNS)에 콘텐츠를 올리고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이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액티비티 커뮤니티는 롯데백화점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3기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롯데쇼핑(023530)은 지난해 12월 액티비티 커머스 관련 상표권 등록을 완료했다. MTT는 롯데백화점 20~30대 직원 10여 명이 아이디어를 내는 역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19년 3월 “MZ세대는 왜 백화점에 오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최근 4기까지 출범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시작해 롯데쇼핑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3~6개월간 매주 금요일마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상품과 공간을 경험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한다. 롯데쇼핑 각 사업부 대표와 주요 경영진에게 연구 내용을 보고하고 채택된 아이디어는 현업에 적용된다.

롯데쇼핑의 젊은 직원들이 만든 액티비티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홍다영 기자
롯데쇼핑의 젊은 직원들이 만든 액티비티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홍다영 기자

MTT 3기는 지난해 11월 야외 활동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었다. ‘깊게 파다, 몰두하다’라는 뜻의 ‘Dig in’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게시물은 600여 개, 팔로워는 1만8000여 명 수준이다. 이들이 올린 ‘동해에서 차박(차에서 숙박)하기’, ‘집콕하며 즐기는 라이딩’ 등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다.

소셜미디어 외에 자체 커뮤니티도 있다. ‘집 밖의 모든 즐거운 야외 활동’과 관련된 전문가 노하우, 나만의 팁, 언론 기사 등을 공유한다. 자기 소개, 인증 사진, 캠핑 동행 구하기 등을 통해 단순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커뮤니티로 진화시켰다.

이들은 1만원대 안팎의 손수건, 19만원짜리 등산 스틱, 180만원짜리 캠핑 텐트, 1150만원짜리 자전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현금이 아닌 자체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쓰면 1000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일반 온라인 쇼핑과 동일하게 커뮤니티에서 제품 사진을 클릭하고 주문자 정보와 배송지 등을 입력하면 포인트로 구매 가능하다. 현재 포인트 구매만 가능하지만 결제창에 무통장 입금 계좌가 공개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현금 결제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롯데백화점

앞서 MTT 1기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재단장을 맡아 지난해 12월 ‘제2의 을지로’를 표방하며 힙화점(힙한 백화점)을 출범시켰다. 백화점 1층은 명품이라는 공식을 깨고 식당, 카페, 편집 매장 등을 모아 MZ세대들이 사진 찍고 놀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예술가 등이 모여 영감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며 MZ세대의 발길을 이끌었다.

최근 출범한 MTT 4기는 백화점 수선실을 체험형 매장으로 만드는 ‘일상 빌라’, 프리미엄 와인 구독 서비스 ‘라라라’, NFT(대체 불가 토큰)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아트 거래 공간 ‘ARC’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의 MTT는 다른 기업에서도 방문해서 배우고 임직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7조7825억원, 영업이익은 29.6% 늘어난 693억원이다. 롯데쇼핑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매출은 전체 매출의 0.7% 수준이지만 롯데쇼핑은 MZ세대를 반드시 공략해야 할 고객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로 온라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야외 활동이라는 버티컬 플랫폼(특정 분야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월 300회 라이브 방송 등으로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