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나라~ 우리가 꿈꾸던 그곳~”
지난 21일,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길거리에 엉뚱한 노래가 연신 흘러나왔다. 롯데월드의 테마곡이다. 잠실에서나 들을 법한 이 노래가 난데없이 성수동에서 울려 퍼진 이유는 뭘까.
이곳은 롯데월드가 이달 2일 개장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다. 6평 남짓한 공간에 1989년 탄생한 롯데월드 마스코트 ‘로티, 로리’를 모티브로 제작한 굿즈(기념품) 100여 종을 선보인다. 단순히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아닌 롯데월드에서 일하는 32살 청년 로티의 일상에 집중해 ‘로티의 아파트’로 꾸몄다.
태어나자마자 놀이공원에서 일한 테마파크 고인물(?)의 일상은 여느 직장인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꿈의 나라’에서 환상적인 퍼레이드를 펼치던 그도 퇴근하면 소파에 파묻혀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주말엔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게 낙인 직장인이다. 책상 위에 놓인 ‘요즘 것들의 사생활’ ‘야근. 팀장이 답하다’ 등의 책에선 주 52시간 근로제 하에 성과를 내야 하는 팀장 로티의 고민이 느껴졌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롯데월드 캐릭터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퇴근한 로티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는 세계관을 상상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가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테마파크를 찾는 고객이 70%가량 감소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월드를 운영하는 호텔롯데 월드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이 12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줄었고, 영업손실은 117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코로나 재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상반기 매출액이 2년 전과 비교해 5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585억 원에 달했다.
롯데월드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캐릭터 IP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거대한 테마파크를 두고 성수동 골목길에 작은 팝업스토어를 낸 이유도 ‘캐릭터 그 자체’로서 많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주간 운영된 팝업스토어엔 약 5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 중 70%는 20대 여성이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와일드 웨이브와 협업한 수제 맥주다. 테마파크의 주 고객이 아동을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임을 고려하면, 새로운 고객들과 소통한 셈이다. 회사 측은 이 기세를 몰아 영등포(9월)와 잠실(11월)에도 팝업스토어를 선보여 캐릭터를 알릴 방침이다.
온라인 콘텐츠 사업도 활발히 추진한다. 지난 7월에는 영유아 대상 유튜브 채널 ‘로티프렌즈’를 열고 온라인 콘텐츠 제작 유통 시장에 진출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엔 부산 기장에 제2 롯데월드를 열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오프라인 테마파크 사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삼성물산(028260)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에버랜드도 캐릭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개장 45주년을 맞아 자연농원 시절 탄생한 사자 캐릭터를 활용해 편의점 CU와 간편식을 선보였고,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복고풍 의류를 선보였다. 지난달엔 아가 판다 푸바오의 첫돌을 맞아 유튜브에서 랜선 돌잔치를 열고, 포토에세이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