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 정식당 오너 셰프(왼쪽)와 조한 시(Johanne Siy) 셰프가 25일 서울 강남구 정식당에서 열린 산펠레그리노 영셰프 아카데미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정수 기자

한식 최초로 뉴욕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이제 아시아 음식은 세계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대 위에 당당히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미식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또, 국내에서 셰프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차세대 셰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셰프들이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본보기가 있어야 문화도 함께 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정식당에서 아시아의 차세대 미식 문화를 이끌 젊은 셰프들이 서울에 모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의 미식 트렌드 변화와 나아갈 미래 등에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산펠레그리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정식당에서 ‘영 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 2024-25′ 결선을 앞두고 행사를 열고,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젊은 셰프들과 심사위원, 멘토 셰프들이 함께하는 오찬과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커크 웨스타웨이 셰프(왼쪽), 리치 린, 엘지 한 셰프가 25일 서울 강남구 정식당에서 열린 산펠레그리노 영셰프 아카데미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정수 기자

이번 행사는 ‘브링 유어 퓨처 투 더 테이블(Bring Your Future to the Table)’이라는 주제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 개최를 기념해 마련됐다. 아시아 지역 결선 우승자인 홍콩 벨론(Belon)의 수석 셰프 아디 퍼거슨(Ardy Ferguson)과 함께, 결선 진출자 및 아카데미 출신 셰프들이 참석해 미식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비전을 공유했다.

2023년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된 조한 시(Johanne Siy) 셰프는 아시아 미식이 지닌 독창성과 융합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동남아와 동아시아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요리들이 서로 다시 만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육회 탕탕이에서 착안한 리치 린 셰프의 요리. /이정수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셰프들은 아시아 파인다이닝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긴 코스 대신 임팩트 있는 요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짧은 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리치 린(Richie Lin) 셰프는 “요즘 MZ세대는 3~4시간에 걸친 식사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짧은 식사를 선호한다”며 “정보가 가득 담긴 접시보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요리에 더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엘지 한 셰프의 유솅 타르트. (Yu Sheng Tart). 유솅은 날생선 등을 이용해 야채와 먹는 샐러드를 뜻한다. /이정수 기자

한편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젊은 셰프들은 각자의 경험을 녹여낸 요리를 직접 선보였다. 메인 코스에 앞서 제공된 아무즈 부쉬(Amuse-bouche)에는 싱가포르, 태국, 한국 등 다양한 아시아의 맛이 담겼다. 한국의 배와 육회,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즐겨 먹는 로작(Rojak) 등을 융합한 메뉴도 등장해,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오찬은, 싱가포르 라비린스(Labyrinth)의 윌리엄 이 셰프, 안다즈 서울 강남의 김재호 셰프, 그리고 홍콩 벨론의 아디 퍼거슨 셰프가 순차적으로 코스를 선보였다. 마지막 디저트는 행사 호스트인 임정식 셰프가 준비했다.

산펠레그리노는 앞으로도 아시아 내 미식 발전 및 어린 재능들을 발굴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렉터 로베르토 카로니는 “세계 무대를 향한 젊은 셰프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산펠레그리노는 그들의 성장을 위한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