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조원의 손실을 입은 국내 대형 조선3사들에게 이미 발주한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를 취소한다는 해외 선주사들의 통보가 줄줄이 날아들고 있다.
올 해 들어 수주 가뭄으로 선박 건조 도크가 비고 있는 한국 조선소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것과 같은 재앙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현재 건조 중인 FLNG(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의 인도 시기를 두고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와 협상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페트로나스로부터 14억7000만달러 규모의 FLNG 1기를 수주했다. 오는 2018년 1월 15일 페트로나스에 인도돼 말레이시아 동부 로탄 가스전에서 연간 150만톤 규모의 가스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협상 결과에 따라 인도 시기가 2년 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적은 금액이라도 비교적 자주 건조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상선 건조와 가끔이라도 큰 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해양 플랜트 건조가 균형을 이뤄야 대형 조선소를 운영 할 수 있다”며 “상선 수주가 끊기는 상황에서 해양 플랜트 인도까지 늦춰지면 조선소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했다.
◆ 대우조선해양 올해 연기된 해양 플랜트 6조7000억원…매출 감소 시간 문제
해양 플랜트는 수주에서 건조, 인도될 때까지 평균 2~3년이 걸린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해양 플랜트를 경쟁적으로 수주했던 2012~2014년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지만, 2015년 이후 배럴당 30~40달러로 떨어졌다.
오일 메이저 등 발주처는 저유가로 채산성이 맞지 않자 건조를 맡겼던 해양 플랜트의 인도를 늦추거나 납기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미주 지역 선주가 발주한 드릴십 프로젝트, 아프리카 지역 선주가 발주한 드릴십 프로젝트가 각각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가 발주한 초대형 FPSO 1기, 유럽 선주가 발주한 고정식 플랫폼 1기도 연기됐다. 연기된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 4건의 금액이 6조7000억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덴마크 국영에너지 회사인 ‘동에너지’로부터 해양 플랫폼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공사가 80%정도 진행될 때까지 공정별로 대금은 지급 받았지만, 나머지 대금은 받을 수 없다.
동에너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납기일을 지키지 못 하면서 모든 계약을 종료(terminated)한 상태”라며 “서류 정리 등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끝나면 한국 조선소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2월 9076억원 규모의 LNG FPSO 하부 선체 계약 기간을 10개월 가량 연장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선주와 계약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추가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고, 오히려 건조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 플랜트 납품이 계속 미뤄지면 인도 대금을 받을 수 없다. 매출이 줄어드는 건 시간 문제다.
◆ ‘선박 수주’ 15년 만에 최악…거제도는 어수선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은 한국 조선소가 2016년 1분기 8척, 17만1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고 최근 밝혔다. 한국 조선소의 수주량이 20만CGT를 밑돈 경우는 2001년 4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수주 전망은 더 어둡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머스크라인 등 세계적인 해운업체들이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확 줄였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적 선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신규 발주를 최근 몇 년간 중단했다.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 232CGT에 불과하다. 2015년 1분기 대비 4분 1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3개월 동안 동시에 단 한 척도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한 경우도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자회사 대우 망갈리아 조선소가 수주한 수에즈막스 탱커 2척을 거제 옥포조선소로 이전했다. 자회사 물량 이전을 통해 간신히 올해 첫 수주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호주 퍼스에서 열린 'LNG 18' 전시회,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인도 해양투자박람회’에 잇따라 참석하는 등 신규 선박 수주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도는 조선 불황으로 일감이 부족해지면 수만명이 실직할 것이란 위기감이 짙다. 두 조선소는 해양 플랜트 비중을 점차 줄이고 프로젝트에 따라 고용 계약을 맺었던 ‘조선소 물량팀’을 줄일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도 지역을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안을 검토한 거제시는 요건 미달로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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