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와 저유가 지속으로 선박 발주가 사라지면서 한국 조선소에 선박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은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 232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5년 1분기 대비 4분의 1 수준이라고 6일 밝혔다.
한국은 세계 선박 발주량 가운데 8척, 17만1000CGT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한국 수주량이 20만CGT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4분기 수주량 9척, 16만5000CGT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가운데 2곳이 한 분기 동안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은 같은 기간 35척, 114만CGT를 기록해 세계 전체 수주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크루즈선 건조에 강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33만CGT(2척), 21만CGT(3척)를 수주해 중국의 뒤를 이었다. 3월 한 달 동안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일본은 1분기 7척, 13만3000CGT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선가 하락도 계속되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2월 대비 척당 150만달러가 하락했다. 수에즈막스급, 아파르막스급 유조선 뿐 아니라 LNG선도 각각 척당 100만달러씩 떨어졌다.
수주 가뭄이 계속되면서 수주잔량도 줄고 있다. 올해 3월 세계 수주잔량은 1억261만CGT를 기록, 2월보다 155만CGT가 줄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3756만CGT, 한국 2759만CGT, 일본 2144만CGT로 조사됐다. 한국 수주잔량은 2004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주잔량이 줄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안감을 느낀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4일 거제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앞으로 선가가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