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 강정수 대표
최대 6000만원 투자… '타깃 오디언스' 명확해야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매터 벤처스(Matter Ventures·이하 매터)는 미디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그들은 창업 초기 미디어 기업들을 선발해 20주 기간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투자금 5만달러를 제공한다. 매터는 독창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어 올해 6월엔 뉴욕타임스, 구글과 협업해 뉴욕 지사도 열었다. 뉴욕타임스의 닉 록웰(Nick Rockwell) CTO는 매터의 프로그램을 두고 "디자인적 사고, 협업, 위험 감수 등을 배울 수 있는 혁신적인 과정"이라고 평했다.

국내에도 최근 미디어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생겼다. 국내에 아직 이렇다 할 미디어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메디아티(Mediati)가 그 주인공으로, 미디어 컨설턴트로 유명한 강정수(45) 박사가 대표를 맡았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미디어 산업의 미래'에 대한 강연과 기고, 컨설팅을 주로 해온 그가 이번엔 미디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메디아티 사무실에서 강정수 대표를 만났다. 그는 최근 모집한 '1차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합격한 스타트업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사무실 곳곳에는 아직 비닐도 채 뜯지 않은 사무용품들이 비치돼 있었다. 두 개 층으로 나뉜 업무 공간은 1층 영상 편집 센터, 4층 업무실로 구성돼 있었다. 이곳이 젊은 저널리스트들을 양성하는 '스타트업 요람'임을 반영하듯 밝은 노랑색의 사무기기들이 눈에 띄었다.

강 대표는 질문이 시작도 되기 전에 대화를 주도해나갔다. 그의 말은 앞서 수많은 강연과 방송에서 그랬던 것처럼, 메시지가 분명하고 힘이 실려 있었다.

-주로 미디어 컨설턴트, 디지털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계기로 액셀러레이터를 꾸리게 됐나?

"구글이 주최하는 '뉴스랩 펠로우십'에서의 경험이 큰 계기가 됐다. 구글 뉴스랩은 구글, 학계, 언론계가 협업하는 뉴스 제작 심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나는 2015년부터 운영진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당시 교육생들의 실력이 굉장히 좋았다. 매년 교육 수료식에는 언론사 관계자들이 참석해서 우수 학생들을 눈여겨본다. 그들을 인턴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걸 보면서 '저렇게 능력이 좋은 친구들인데, (주어지는 자리가)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구글 뉴스랩 출신 학생들 몇 명을 데리고 투자자들을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스타트업 교육, 투자 결정 등을 총괄하는 액셀러레이터 장을 맡게 됐다. 매 학기 맡아온 연세대학교의 강의도 그만뒀다."

강정수 대표는 이밖에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 오픈넷 이사,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연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독일 비텐-헤어데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전공은 디지털 경제다. 강 대표는 스스로 '타임(TIME·Technology, Information Technology, Media, Entertainment)' 산업을 오랜 기간 연구했다고 말한다.

-거의 준비 막바지 단계인 것 같다. 설립 과정은 어땠나.

"올해 5월 시작해, 법인을 세운 게 7월 1일이다. 메디아티는 최근 스타트업 인력을 관리할 매니저 한 명을 고용했고, 나를 포함해 정직원을 4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다. IT 미디어 칼럼니스트인 박상현 리틀베이클라우드 이사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여성 개발자도 채용할 계획이다. 메디아티는 여성 고용 할당제를 지키려 한다."

메디아티 웹페이지(http://mediati.kr

◆ 4개월 과정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제공… 후속 투자 유치가 목표

-메디아티 지원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4개월 과정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메디아티는 선발한 미디어 스타트업에 초기 자본금으로 최대 6000만원을 투자하고, 모바일 영상 스튜디오 등 제작 공간, 업무실을 제공한다. 교육 과정에는 각 분야 별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한다. 스타트업들이 추가 투자를 유치할 기회가 될 데모 데이 준비도 함께 할 계획이다."

-최근 1차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신청을 마감했다.

"37개 팀이 지원했다. 1개 팀에 대한 투자가 결정됐고, 다른 3개 팀에게는 우선 한달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선발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가 확정된 팀이 있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영상 뉴스를 표방하는 '닷페이스'다. 이 팀은 현재 3명으로 구성돼 있고 교육 기간 동안 인원을 8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닷페이스는 20대 후반 연령층을 타깃으로, '뉴 노멀'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이 팀은 빠른 콘텐츠 생산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어떤 스타트업을 눈여겨 보나. 구체적인 기준을 알려달라.

"가장 중요한 건 해당 매체의 '타깃 오디언스'가 명확한가 하는 점이다. '타깃 오디언스를 장악할 능력이 있는가'도 중요한 항목이다. 우리는 4개월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 '시리즈 A'(설립 단계의 초기 운영자금) 투자가 가능한 팀을 원한다."

메디아티 참여 지원서의 질문 중 일부

◆ '버티컬 콘텐츠' 만드는 팀·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에 주목

-미디어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나?

"메디아티는 저널리즘 분야뿐 아니라 패션, 뷰티 등 이른바 '버티컬 콘텐츠(vertical contents·특정 전문 분야의 콘텐츠)'를 다루는 콘텐츠 스타트업과 로봇 저널리즘, 데이터 분석 기업 같은 미디어 기술 스타트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그 비중은 콘텐츠 저널리즘 기업이 75%, 미디어 기술 기업이 25%이다."

-벤처캐피탈(VC)가 아닌 액셀러레이터인 만큼 교육을 강조한다. 미디어 스타트업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있나.

"메디아티는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슈피겔에는 기자들이 속한 편집국과 연구 집단이 있다. 몇 년 전 슈피겔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직접 가보니 연구진 인력이 기자들만큼 있었다. 이들은 끊임없이 사회, 경제, 스포츠 분야를 연구한다. 나는 국내 언론사에도 R&D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슈와 어젠다를 찾아내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알아내는 게 연구진의 역할이다.

메디아티도 연구팀을 꾸릴 생각이다. 1차 연구를 나를 포함한 운영진이 한다. 어젠다와 미디어 포맷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룰 것 같다."

-좋은 콘텐츠만큼 좋은 수익 모델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조언은 어떻게 하나.

"수익 모델에 대한 연구도 오디언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디언스 집단을 세분화해서 공략해야 한다. 가령 축구에 관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이걸 단순히 좋아하는 독자층과 경기 리뷰를 쓸 정도의 전문가 집단을 구분해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버티컬 미디어를 갖고 있는 것도 좋은 수익 모델의 예다. 복스 미디어가 그렇다. 복스는 산하에 SB네이션(SB Nation·스포츠), 더 버지(The Verge·IT), 폴리곤(Polygon·비디오 게임), 커브드(Curbed·부동산), 이터(Eater·요리), 랙크드(Racked·패션) 등 10여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이 산하 매체들이 미디어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출 비중이 높다."

◆ 타깃 독자층 10~20대… 1년 내 1곳 이상 성공 사례 만들 것

-메디아티와 미디어 스타트업들의 타깃 독자층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10~20대다. 국내 20대들은 뉴스를 소비하지만 사랑하는 브랜드와 매체가 별로 없다. 이른바 니즈가 달라진 소비자(독자)가 자라고 있다. 언론사 창업자는 새로운 독자층과 20~30년을 살아보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기준에 못 미치면 중도 탈락할 수도 있나.

"아니다. 후속 투자가 없을 뿐이다. 애초에 지불하기로 한 투자금은 지원한다. 다만 4개월 후 투자 받을 곳이 없으면 사업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미국엔 와이콤비네이터와 테크스타스, 국내엔 프라이머 같은 유명 액셀러레이터들이 이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하는 누구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모범으로 여긴다. 우리도 그들의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05년에 설립된 미국의 액셀러레이터다. 이곳은 선발된 스타트업에 초기 자본금과 3개월 교육 프로그램,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7%의 지분을 받는다. 2016년 현재까지 와이콤비네이터는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등 10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했다. 이 기업들의 가치를 더하면 650억달러(약 70조9150억원)에 달한다. 와이콤비네이터는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 전략과 환경에 대한 기고, 강연 활동도 많이 한다. 뉴미디어를 연구하는 만큼 지난해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분산 미디어(distributed medi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산 미디어라는 용어는 미국 하버드대 저널리즘 연구소인 니먼랩에서 쓰기 시작했다. 버즈피드 창업자인 조나 페레티 (Jonah Peretti)도 지난해 3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이를 주제로 한 발표를 했다.

뉴스 제작자나 소비자 둘 다 느끼겠지만, 이젠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에서 소비되지 않고 흩어진다. 기사의 정체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특성이 확산되면서 분산 미디어라는 용어가 생겼다.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모두 분산 미디어의 특징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분산 미디어는 전통 미디어 방식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 미디어 업체들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 한 예가 크로스미디어 UI(사용자 환경)·UX(사용자 경험) 전문가다.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매체에는 이미 다 있다. 그들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어떻게 하면 통일감 있는 UX·UI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메디아티의 앞으로의 계획은.

"1년 내 성공한 팀을 한 곳 이상 만드는 게 목표다. 메디아티가 키운 스타트업은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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