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FCM 3~4곳 "韓증권사 H지수 보유고 너무 많다…위탁 매매 중단"
국내 증권사, 다른 FMC 물색…최악의 경우 ELS 헤지 못하는 사태 발생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를 포함한 3~4곳의 홍콩증시 선물중개업자(FCM)들이 최근 한국의 증권사들에게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 H지수) 선물 위탁 매매를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거래 중단 통보를 받은 국내 증권사들은 H지수 하락 시 손실 리스크를 온전히 짊어질 위기에 처했다. H지수 ELS 발행 규모가 6월말 잔액 기준 36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손실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금액은 최악의 경우 조단위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1일 “홍콩 증시 FCM들의 거래 중단 통보로 국내 증권사의 H지수 ELS 발행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발행된 H지수 ELS에 대한 헤지(방어)도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발행돼 있는 ELS도 계속 헤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라고 전했다.
H지수 ELS를 발행한 20여개 국내 증권사중 대부분이 거래 중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거래 중단을 통보한 FCM들은 모두 국내 증권사가 매매를 많이 위탁해온 곳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FCM들과 거래 중단 관련 유예 기간 등을 논의하고 있는 한편 다른 FCM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FCM은 홍콩선물거래소 회원사들이다. 국내 증권사는 홍콩선물거래소 회원사로 가입돼 있지 않아 H지수 선물 거래를 위해선 FCM들에 매매를 위탁해야 한다. ELS는 H지수와 같은 기초지수가 특정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연 7~10%대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발행사(증권사)는 기초지수 움직임에 맞춰 관련 파생상품으로 헤지를 해야만 한다.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손실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일정 구간까지는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보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헤지한다.
만약 국내 증권사들이 다른 FCM 파트너를 찾지 못한다면 H지수를 헤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 리스크는 증권사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H지수가 계속 하락하지만 ‘녹인’에 진입하지 않을 경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ELS가 ‘녹인’에 진입한 뒤 손실 상환이 확정되면 그 손실 금액은 모두 ELS 투자자들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낫다.
지금 처럼 H지수가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한 상태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증권사는 기초자산 운용에 따른 손실과 투자자에 대한 이자 지급까지 겹쳐 손실이 커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된 H지수 ELS 90%의 손실구간은 4500~7850포인트다. 30일 H지수는 9405.50으로 마쳤다. H지수는 4월말만 해도 1만5000포인트에 육박했었으나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헤지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당장 ELS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은 손실구간에 진입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8월말 ELS 발행이 H지수에 과도하게 쏠려있다며 자제해 달라고 국내 증권사들에 권고했다. 때 마침 홍콩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에 포지션 축소를 지시했고, 뒤이어 FCM들이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이 때문에 H지수 ELS는 이전 처럼 활성화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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