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철강업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보유하던 포스코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신일철주금은 포스코 지분 매각으로 3100억원을 확보, 일본 4위 철강기업인 닛신제강 인수 자금으로 쓸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계 조강생산량 2위인 신일철주금은 닛신제강 합병을 통해 세계 5위인 포스코를 저만치 따돌리고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신일본제철 기미쓰 제철소 전경

신일철주금은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 5.04%(439만4712주) 가운데 1.72%(150만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지분 1.72%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3110억원 수준이다.

신일철주금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력 제고, 해외 사업 확장, 자산 감축을 위해 포스코 보유 주식을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매각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신일철주금이 계획대로 포스코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남게 되는 지분은 3.32%다. 포스코는 신일철주금의 지분 2.51%를 가지고 있다.

◆ 지분 교차 보유로 전략적 제휴…신일철주금 “포스코와의 관계는 변함없다”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포항에 제철소를 건설할 때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신일본제철은 포항제철소 건설 당시 각종 기술을 전수했다.

포스코는 이후 무섭게 성장해 2000년대 초반 신일본제철과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유럽, 인도, 중국 철강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두 업체는 협력을 선택했다.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2000년 8월 전략적 제휴를 결정하면서 서로의 주식을 나눠 가졌다. 신일본제철이 2012년 스미토모금속공업을 합병하면서 사명을 신일철주금으로 바꾼 뒤에도 협력 관계는 유지됐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왼쪽)이 이나야마 신일본제철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은 연구 개발(R&D) 기술 교환, 원료 조달, 슬라브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했다. 2012년 이후 1조원대 전기강판 특허 침해에 대한 소송을 벌일 때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감안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일철주금은 “주식 매각 이후에도 포스코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는 변함없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일철주금과의 전략적 제휴를 논의하면서 서로 3% 안팎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로 했다. 신일철주금이 매각한 지분은 2006년에 포스코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 부분”이라고 했다.

신일철주금은 이날 지분 매각을 발표하기 전 포스코 측과 미리 상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 구조조정에 박차 가하는 신일철주금…닛신제강 인수 비용 마련해야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이 시작되면서 일본 뿐 아니라 세계 철강업계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신일철주금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닛신제강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포스코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신일철주금은 5월 13일 일본 4위 철강업체 닛신제강의 자회사 편입을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신일철주금은 닛신제강 지분을 8.3%에서 51%로 늘리기 위해 주식공개매수(TOB)를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신일철주금에 필요한 자금은 760억엔(822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일철주금과 닛신제강은 합병 이후 철강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용광로 등 설비 일부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합병을 통해 원료조달 비용 절감 등으로 연간 200억엔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신일철주금은 추산했다.

세계 조강생산량 2위인 신일철주금은 닛신제강 합병을 통해 규모를 더욱 키우고 기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철강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세계 5위 포스코와의 격차도 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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