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대표와 임직원들이 고액 연봉 잔치나 벌이더니 자업자득이다. 누굴 탓하고 무엇을 바라나?"

현대로템이 최근 제작, 납품한 철도 차량에서 하자가 줄줄이 발견되고 있다. 해외에 수출한 차량은 기술 문제가 발견돼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한국산 제품의 신뢰도를 망가뜨리며 국제 망신을 샀다.

“현대로템이 제작하는 차량의 품질이 형편없다. 그러니 해외 경쟁에서 밀린다. 가격은 비싸고 품질에도 문제가 많은데, 어느 누가 현대로템 제품을 사주겠나?”

철도 차량 업계에서 현대로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010년 매출 대비 2%였던 현대로템의 연구 개발 투자비는 매년 줄고 있다. 2012년, 2015년(3분기 누적 기준)은 1%도 안 된다.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비도 적으니 제품 고장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산천 탈선 사고 모습.

철도업계 전문가는 “현대로템의 품질 수준이 추락하면서 국내 시장 독점 체제도 깨졌다. 최근 제품 경쟁력은 중소기업에도 밀린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기술력 논란은 2010년쯤부터 불거졌다. 2010년 현대로템이 코레일에 납품한 KTX-산천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동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올해 8월까지 KTX-산천 차량에서 131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한 차량 장애 가운데 110건이 제작 결함이었다”이라고 주장했다. 고장 건수가 현대로템이 2004년 납품한 KTX-1 열차의 5배나 된다.

감사원은 2012년 ‘KTX 산천 운영·안전관리 실태’ 자료에서 “고속철도 기술 기반이 미약했던 국내 기술로 단기간에 상용화하다 보니 고장이 다수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인천공항 무인자기부상열차. 하자가 많아 개통을 두 차례 연기했다.

2014년 7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운행을 시작한 도시형 자기부상 열차도 탈이 많다. 인천국제공항 외곽을 도는 도심 순환 자기부상열차는 당초 2013년 개통 예정이었다. 하지만 준공 전 결함이 수두룩하게 발견돼 개통을 두 차례나 미뤄야 했다.

현대로템은 자기부상열차 사업에서 차량 제작을 독점했다.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은 현대로템이 주도하고,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참여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자기부상열차의 차량 신호 간 노이즈 발생, 차량 속도 검지 센서 오류 등 기술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나선 한국형 자기부상 열차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해외에선 제품 하자로 망신을 사고 있다. 미국 열차 운영사 메트로링크는 지난 9월 현대로템이 납품한 열차의 결함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옥스나드역에서 발생한 탈선 사고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우크라이나에 수출한 전동차 모습

2014년 2월에는 현대로템이 우크라이나에 수출한 고속철 차량의 운행이 무기한 중단됐다. 한국이 수출한 차량 운행이 기술적인 하자로 운행이 전면 중단된 첫 사례였다.

철도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독점 체제에 안주한 현대로템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이전 철도 차량 제작 시장은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등 3사의 경쟁체제였다. 하지만 3사 통합으로 현대로템이 출범한 이후 지속된 시장 독점의 폐해라는 지적이다.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은 2014년 10월 국정 감사에서 “코레일이 1999년부터 발주한 열차 1398량 모두 현대로템이 독점했다. 1999년 이후 지자체가 발주한 열차 881량 중 756량이 현대로템이 수주했다"며 독점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때 국내 철도 차량 제작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현대로템의 지위도 추락하고 있다. 올해 2월 서울메트로 지하철 2호선 전동차 200량 입찰에서 중소업체 다원시스에 무릎을 꿇었다. 다원시스의 연간 매출은 540억 정도로, 현대로템(3조원)의 6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서울 메트로 입찰 결과는 현대 로템의 독점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온 결과다. 국내 철도 차량 제작 시장도 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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