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은 지난달 19일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데이터 중심 ‘밴드(Band)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늦게 출시한 만큼 혜택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풀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의 파격적인 결정에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도 유선통화를 무제한으로 풀며 뒤따라왔다.
SK텔레콤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유·무선 음성통화 무제한 덕분에 마케팅 부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모바일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두잇서베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SK텔레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선택 이유는 유·무선 음성 무제한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경쟁력 덕분에 SK텔레콤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출시 2주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김병두 마케팅전략본부 요금팀 매니저는 “회사 내부적으로 유선 음성통화 무제한과 관련해 찬반이 많았다”며 “늦게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는 상황인 만큼 이동통신 소비자에게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유·무선 무제한을 결정했고 경쟁사 모두 따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밴드 데이터 요금제의 강점.
"기본적으로 유·무선 음성통화가 무제한이다. 동일명의의 가입자 다회선을 쓴다면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예컨대 아버지와 아들이 아버지 명의로 2개의 휴대폰을 개통한다면 결합을 시켜 회선수에 따라 최대 2기가바이트(2GB)의 데이터 용량을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시장 가입자 절반이 SK텔레콤 고객인 만큼 결합을 통한 혜택이 많다.
또 리필, 선물, 공유하기 등의 서비스를 잘 활용할 경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리필은 쿠폰을 사용해 자신의 데이터를 100% 충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월 2.2GB의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는 밴드 데이터 42요금제 가입자가 리필쿠폰을 사용할 경우 2.2GB가 추가 지급된다."
-유선 통화 무제한을 결정한 배경은?
"업계에서 SK텔레콤이 매출 감소의 부담으로 음성통화 무제한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 통화량에서 유선 통화의 비중은 사실 매우 적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작은 숫자라도 수익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5만원대 이상만 유·무선 무제한, 그 이하 요금제는 무선만 무제한이라고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가입자들은 또 통신사가 꼼수를 피우는구나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보조금이 아닌 상품경쟁을 하자는 마음가짐에 따른 결정이었다."
-왜 첫 번째로 발표하지 않았나?
"사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관련 준비는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 이전부터 정부와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실 KT의 출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KT가 과감하게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결정한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출시 당시 유선을 무제한으로 풀지 않은 것은 아쉽다. 아마 KT 입장에서 유선이 좋은 캐시카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의 매출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요금제 출시를 마지막으로 발표한 이유는 딱히 없다.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있었고 내부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요금제 보완에 대해?
"SK텔레콤이 유선 무제한을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유선 통화 무제한과 데이터를 차별점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보완했다. 과거 2014년 T끼리 요금제 출시 때도 1~2주 사이에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따라온 적이 있다.
경쟁사의 요금제 상품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유·무선 무제한을 가장 먼저 발표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인식은 SK텔레콤에 유리한 상황. 현재 대응 요금제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설계는 언제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개발을 시작한 건 2014년 초 부터다. 사실 2013년 출시한 T끼리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준비하는 첫 단계였다. T끼리 요금제는 SK텔레콤 가입자끼리 주고받는 전화를 무제한으로 푼 상품이다. T끼리 요금제가 안착했다는 판단이 들면서 다음 요금제를 준비했다. 작년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설계를 시작했다."
-해외는 진작 나온 데이터 중심 요금제, 왜 이제 나왔나?
"미국과 일본과 요금체계가 다르다. 일단 기본적인 통신비가 비싸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 통신사의 경우 가입비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과금을 하고 있다. 단순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가 늦었을 수도 있다.
2014년 T끼리 요금제 출시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망내 무제한 통화를 내걸었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과 연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3만원대, 약정하면 2만원대 요금제에서 망내 통화 무제한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SK텔레콤이 최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요금제였다.
최근 유럽의 한 통신사에서 연락이 왔다.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는데 세계 최초라는 말을 써도 되느냐는 문의였다. 이미 한국의 요금제는 세계 통신사들이 벤치마킹하는 수준까지 와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가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SK텔레콤 '리필' VS KT '밀당'
"KT의 밀당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데이터를 이월해 사용하는 개념의 요금제다. 밀고 당겨쓴다는 아이디어는 재미있고 충분히 인정받을 서비스다. 우리도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당겨쓰는 제도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경쟁사가 먼저 밀당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KT와는 상관없이 다른 방식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매월 1GB의 데이터를 지급받는 가입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SK텔레콤 가입자는 리필 쿠폰으로 연간 13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KT 가입자의 경우 연간 12GB 내에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떤 게 좋은 상품인지는 사용자에 따라 다르다.
KT의 밀당 서비스는 다음 달 데이터를 적게 쓸 생각으로 데이터를 미리 가져와 쓰기 때문에 데이터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마치 신용카드를 쓰는 것과 같다. 신용카드를 긁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결제일이 다가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 달 데이터를 당겨와 사용하는 게 현재로서 쉬운 일이지만, 다음 달이 되면 데이터가 부족해 힘들 수밖에 없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따른 매출감소 회복시점은?
"내부적으로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해 3년 정도로 보고 있다. 2018년은 돼야 시장 초기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확정할 수 없다. 그 사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결정된다."
-데이터 양극화 현상?
"롱텀에볼루션(LTE)도 3세대(3G)처럼 가입자의 10%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80%를 사용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이 더 많이 쓰는 것보다는 중간·아래 가입자가 좀 더 데이터를 사용하는 수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양극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가 있어도 콘텐츠를 찾아서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 중계는 물론, 영화를 보기도 쉽다. 실제 데이터 사용량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Btv 무료 서비스는 혜택인가, 독인가?
"일부에서 월 300MB 데이터를 지급하는 2만9900원 요금제에 모바일 인터넷TV(IPTV) Btv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혜택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다. 물론 데이터량이 적기 때문에 이동 중에 동영상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최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동영상을 안 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도 TV를 대신해 스마트폰으로 야구 중계를 보는 가입자도 많다.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데이터 사용 없이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변화는?
"이동통신사가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은 요금제다. 원래부터 이슈가 많았지만 지금도 고민이 가장 많은 곳이다. 사실 단말기는 제조사의 영역이다. 결국 이동통신사가 상품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요금제밖에 없다. 단통법 전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금제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단말기 보조금에 따라 움직였지만, 이제는 어떤 요금제를 사용해야 가장 혜택을 보는지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다음은?
"아주 먼 미래 얘기는 아니다. 이른바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패킷 프라이싱'이 대세가 될 것 같다. 현재 음성은 시간, 문자는 횟수, 데이터는 사용량에 따라 과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LTE전화(VOLTE)가 연동할 경우 모든 것이 데이터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 시대가 오면 음성과 문자를 빼고 데이터로만 요금을 부과하는 진정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