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투자 및 인수합병(M&A)에 나선 게임사 최고경영자(CEO)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백~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자해 사들인 주식이 3배 가까이 오르거나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078340)는 9일 8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36.6% 오르면서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특히 주가가 바닥을 찍었던 5월 12일과 비교하면 주가가 2.5배 이상 상승했다.
컴투스의 주가 급등에 신이 난 사람은 송병준 게임빌 대표다. 송 대표는 지난해 10월 컴투스의 주식 215만5813주(21.37%)를 1주당 약 3만2470원씩 700억원에 사들이면서, 컴투스를 인수했다. 현재 게임빌은 컴투스의 지분 24.4%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송 대표는 게임빌의 최대주주(26.4%)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송 대표가 인수한 지분은 현재 1917억원으로 약 2.7배 넘게 상승했다. 주가 상승만으로 12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게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 컴투스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치열한 경쟁상황을 비롯해 별다른 흥행 게임을 내놓지 못하면서 주가가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태생부터 모바일 게임으로 출발한 컴투스가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하면서 큰 위기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결국 박지영 당시 컴투스 창업자는 오랜기간 경쟁사였던 게임빌의 송 대표에게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송 대표 체제에서 컴투스는 게임빌과 함께 통합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신작게임인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워가 잇달아 큰 성공을 거두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송 대표의 기쁨은 이뿐만이 아니다. 컴투스과 함께 게임빌의 주가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게임빌의 9일 종가는 10만4600원이다. 지난달 5일 5만8800원과 비교하면 불과 한달만에 주가가 77.9% 급등했다. 컴투스 합병에 따른 시너지와 통합 플랫폼 기대효과가 반영됐다.
반면 김정주 넥슨 창업자 및 NXC의 대표는 PC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036570)인수로 큰 손실을 봤다. 2012년 6월 넥슨은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지분 14.7%(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 총 8045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9일 엔씨소프트의 종가는 16만8000원으로 주가가 30% 가까이 내렸다. 넥슨이 8045억원에 구입한 지분의 가치는 현재 기준으로 5406억원으로 떨어져, 약 2640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리니지의 대규모 업데이트와 신규 서버 추가를 통한 트래픽 상승과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시장 진출이 본격화 됨에 따라 주가 반등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의 의견이다.
지분 투자로 손해를 본 게임사 대표는 또 있다. 중국 국민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대표는 올해 3월 24일 애니팡의 개발사 선데이토즈의 주식 666만4506주(지분 20.7%)를 1206억2756만원에 사들였다. 주당 가격은 1만8100원으로 3월 24일 종가(1만6550원)보다 9.4% 높다.
하지만 차익실현 매물과 함께 기대했던 전략적 연합 효과발표가 늦어지면서 선데이토즈의 주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실제 선데이토즈의 주가는 인수발표 전인 3월 10일 2만원까지 오른 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9일 1만4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권 대표가 지분을 사들인 1만8100원에 비해 22.3% 줄어든 것으로 권 대표는 선데이토즈의 지분 투자로 입은 손실액은 약 267억원에 이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게임시장의 포화로 성장성이 둔화된 측면에서 컴투스와 게임빌의 주가 급등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근 주가가 부진한 엔씨소프트와 선데이토즈의 경우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한방이 있는 만큼 주가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