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월 국내 광고 시장에선 이동통신사 영업 정지, 배달 중개·모바일 게임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증가와 같은 상반기 IT 업계의 주요 흐름이 그대로 나타났다. 이는 본지와 제일기획이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광고비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속한 정보통신 업종의 광고비는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3~5월 순차적 영업 정지 제재를 받았음에도 통신사들이 오히려 마케팅비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놓고 싸우는 통신사들이 다른 회사의 영업 정지 기간에 자사(自社)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통신사 영업 정지 영향으로 스마트폰 광고 시장은 감소했다.
배달 앱 시장 선두를 놓고 싸우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알지피코리아)도 치열한 광고전을 벌였다. '배달 중개 서비스'라는 신(新)시장 개척에 나선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정규 광고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광고를 통해 키치와 패러디 문화를 표방하는 회사의 성격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동시에 업계 1위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혹은 앱 배너 광고가 대부분이었던 게임들 역시 지상파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마케팅 공세를 펼쳤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올 초 배우 이종석을 모델로 내세워 모바일 게임 '포코팡'을 광고했다. 구글플레이도 올 3월 처음으로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을 주제로 한 광고를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구글플레이의 다양한 게임을 통해 금세 친해진다는 내용이다.
가전제품 중엔 TV 광고 활동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 측은 "스마트 TV에서 UHD(초고화질) TV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광고가 줄었고, 세월호 참사와 통상 월드컵 기간에 집중되는 마케팅 전략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 외 청소기나 냉장고 등 이른바 '전천후 전자제품' 광고는 꾸준히 광고가 집행됐다.
규제가 새로운 시장을 키우기도 했다. 올 초 위메프·티켓몬스터·11번가·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신규 광고 22편을 집행하며 전년(10편)보다 배 이상 광고를 늘렸다. 이는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수지(티켓몬스터), 전지현(쿠팡), 이서진·이승기(위메프) 등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 1분기 총 광고비는 2조27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봄철은 신제품과 신규 캠페인이 쏟아지는 광고업계의 전통적 성수기지만 올해는 내수 침체 등의 여파로 광고비가 소폭 줄었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4월도 감소했다.
제일기획 이정은 프로는 "연 10조원 규모의 국내 광고 시장은 산업계 동향을 반영하는 일종의 '창(窓)'"이라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짧은 광고 속엔 각 업종의 부침(浮沈)과 치열한 경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