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패션 1번지로 통하는 동대문 시장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봄철 의류·잡화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린데다 21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열흘 만에 100만명에 가까운 인파를 끌어 모으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 패션거리의 대표적인 쇼핑몰 두타를 비롯해 최근 인기가 높은 롯데피트인의 1일 평균 고객과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롯데피트인은 DDP가 개관한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간 1일 평균 고객이 2만2000여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35% 늘었다. 일 평균 매출도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피트인 관계자는 “패션 부문 매출이 오른 것 뿐 아니라 식음료(F&B) 부문에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6% 늘어난 것을 보면 DDP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며 “나들이객이 몰린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외국인과 직장인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두타 역시 방문객이 평소 주말보다 20%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타에서 샵인샵(shop in shop)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의류상은 “두타 뿐 아니라 일대 쇼핑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었지만, 최근 주말 분위기를 보면 수년 전 동대문 상권이 활발했을 때 느낌이 난다”며 “국내 10~20대 고객은 물론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매장에서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청계6가 사거리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까지 DDP 공사로 교통 체증이 수년간 이어졌고, 중국인 관광객으로 대형버스가 뒤엉키면서 그 동안 동대문 패션거리의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DDP 완공과 함께 일대 교통이 편리해졌고, 대형 쇼핑몰도 상품을 다양화하고 편의 시설을 대폭 확대하면서 방문객이 몰리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한편 DDP가 동대문 패션거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DDP 효과’가 일시적으로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인 DDP를 꾸려나갈 전시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고, 비정형적인 DDP의 공간 특성 때문에 새로운 전시 주체를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DDP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울른 디자인과 그 후’·‘엔조마리 디자인’·‘스포츠디자인:과학, 인간, 패션 그리고 승리’·‘간송문화: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등이다. 개관전인 이 전시는 대부분 5~9월이면 끝나지만, 현재 다음 전시는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보통 국·시립 미술관이 최소 1년 이상의 전시·행사 계획을 미리 발표하고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운영이 미진한 편이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DDP는 시정(市政) 방침이 전혀 다른 민선 5기와 민선 6기를 거치면서 내부 프로그램을 잘 준비하지 못했다”며 “사람을 끌어 모을 만한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못할 경우 DDP는 그야말로 거대한 건축 전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축가협회 관계자는 “DDP는 기존 동대문 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주변 대형 쇼핑몰과 중소 도매상과의 문화적인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서울패션위크를 개최하는 것뿐 아니라 방문객과 주변 상인이 상시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