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50%를 회복했다. 경기 회복, 정부의 일자리 정책 효과에 힘입어 취업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는 주로 50대 이상이 차지했다. 여성의 구직 활동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생계형 취업자가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20~40대 여성의 취업자 수가 증가하려면 직업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보육 지원을 강화하고,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제활동참가율 50.2%..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전년보다 20만명 증가하며, 전년(20만3000명)에 이어 2년 연속 20만명을 웃돌았다. 가사, 육아 등으로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놓여있는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폭은 6만6000명으로 전년(8만4000명)에 비해 둔화됐다. 취업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여성이 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2006년(5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김성태 한국개발연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사, 육아 등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했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수인데 비해 최근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비경제활동인구가 줄고 경제활동인구가 늘었다는 것"이라며 "이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여성이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서면서 고용지표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여성 취업자 수가 20만명대 중후반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지표가 전반적인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남성 취업자 수(1457만명)는 여성(1071만명)에 비해 여전히 훨씬 많았지만, 남성 취업자 수 증가폭은 18만6000명으로 여성에 못 미쳤다. 남성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23만4000명)과 비교해서도 5만명 가까이 줄었다.

◆ 50대 여성이 취업자 증가 주도..생계형 취업 늘어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는 여전히 고령층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50대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2만8000명, 60대는 8만1000명 늘어난 반면, 20대는 3만5000명 감소했다. 30대의 경우 2만8000명으로 전년(1만4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 확대됐지만, 직전 최고치인 2006년(6만9000명)에는 한참 미달했다. 40대 취업자 수는 6000명 느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여성 취업자 수의 양적 확대는 긍정적으로 진단하면서도, '생계형 취업'이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선 우려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다른 조건이 똑같을 때 취업자 수 규모가 줄었다면 나쁘지만 그것보다는 좋다"며 "하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이 생계를 위해서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쪽으로 몰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취업자 수는 보건복지서비스업, 숙박음식업점 중심으로 늘고 있다.

20~40대 여성의 취업을 늘리려면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보육 환경을 개선하고, 직장을 그만둔 여성의 재취업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성태 연구위원은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나오고 싶어도 육아 등으로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년새 육아 관련 제도가 개선되 여성 취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미비한 점이 많다"며 "이들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원해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